미국, 북한 억류 미 대학생 혼수상태 귀환에 격앙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탄 미군 군용기가 13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런컨 공항에 도착했다. 웜비어 씨로 보이는 남성(푸른색 상의)이 군용기에서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미국 사회는 건강하던 청년이 혼수 상태가 된 데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웜비어 씨 부모는 1년 반 전 건강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던 아들이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 데 대해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아들이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면서도 “우리는 아들이 버림받은 북한 정권에 의해 얼마나 짐승처럼 취급받고 공포에 떨었는지 세상이 알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웜비어 씨의 대학 친구인 이메트 설니어 씨도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웜비어 씨가 돌아와 기쁘지만 의식불명 상태라는 소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메트 설니어] “Yeah I was kinda shocked at first to hear the news that he’s coming back this morning but I guess on one hand you know I was sad and very concerned and worried about his health.”

웜비어 씨의 부모로부터 그가 혼수 상태라는 사실을 듣고 매우 충격을 받았고, 그의 건강이 매우 우려되고 슬프다는 겁니다.

미 언론들도 14일 건강하던 청년이 어떻게 갑자기 혼수 상태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북한에서 웜비어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치 않으며, 앞으로 그의 건강 상태도 불확실하다고 전했습니다.

웜비어 씨가 지난해 3월 북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혼수 상태에 빠져 지금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북한에서 웜비어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신문은 웜비어 씨가 실제로 보툴리누스균 감염으로 인한 식중독에 걸렸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어떻게 수면제를 먹고 혼수 상태에 빠졌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인용해 보툴리누스균 감염으로 시야가 흐려지거나 말을 잘 못하고, 음식 삼키는 것이 힘들어지거나 심하게는 호흡 곤란을 겪을 수 있지만 의식불명 상태까지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전문가를 인용해 보툴리누스균 감염은 적절한 치료만 있으면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웜비어 씨의 경우 초기 치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웜비어 씨가 북한에서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 보고를 최근에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웜비어 씨가 죽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 의원들의 비난 성명도 이어졌습니다.

웜비어 씨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출신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웜비어 씨억류와 재판은 불필요하고 매우 끔찍한 일이었다”며, “북한의 혐오스런 행동은 국제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포트먼 의원은 또 북한 정권이 1년 이상 영사 접견을 승인하지 않고 웜비어 씨를 억류한 것은 북한이 얼마나 인권을 무시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도 웜비어 씨의 건강 상태가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독한 상황이었음에도 북한 정권이 그를 장기간 구금한 것은 보편적 인도주의 규범에 위배되며,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