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오늘(13일)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됐던 임금이 북한의 핵 개발에 전용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베를린 구상’에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긴 안목에서 일관성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개성공단에서 지급된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등의 자금이 북한 핵 개발에 전용됐다는 근거를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을 발표하면서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유입자금의 핵 개발 전용 가능성을 거론해 논란이 된 데 대해 자신도 궁금해서 파악을 해봤지만 전용됐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당시 홍용표 장관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하면서 북한 측 근로자 임금의 70%가 북한 노동당에 들어가고 그 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인다고 발언했습니다.
하지만 홍 장관은 이 발언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며칠 뒤 국회에 출석해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경각심을 갖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 차원에서 이런 논란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성은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사업이 부분적으론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도 함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도 임금 지급 방식 등을 좀 다시 판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은 개성공단은 물론 외국과의 공식, 비공식 교역 등 다양하지만 이에 대한 최종 관리는 모두 노동당에서 하기 때문에 어느 자금이 핵 개발에 전용되는 자금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의미도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즉, 핵 개발 전용이 우려된다면 북한과의 모든 교류를 단절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전임 보수정부들이 그런 논리로 제재와 압박을 일관되게 추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박사는 또 문재인 새 정부의 경우 전임 박근혜 정부의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 고도화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교류를 병행하는 정책을 구사하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생각 중엔 남북관계를 일정 정도 개선하고 그 다음에 교류협력을 새롭게 재개하고 특히 경제협력과 같은 북한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부분들을 복원함으로써 한국이 가질 수 있는 대북정책의 지렛대를 확보한다는 차원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이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독일 방문 중 발표한 ‘베를린 구상’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일관성을 갖고 끈기 있게 길게 보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길게는 몇 달 이상 새 정부 입장을 탐색하는 기간을 가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베를린 구상에서 오는 27일 휴전협정 64주년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상호중단을 제안한 데 대해선, 그렇게 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일 북한의 호응이 없을 때 한국 정부가 선제 조치를 할지 여부에 대해선 정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이고 지금은 그렇다, 아니다로 답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대북 특사 파견과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상황이 조성이 됐을 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여건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과 여건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때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