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국 측이 군사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날짜를 하루 앞둔 오늘(20일)까지도 공식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관영매체를 동원해 한국을 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군사당국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21일을 하루 앞두고 북한의 응답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의 20일 정례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문상균 대변인 / 한국 국방부] “군사회담 관련해선 아직 북측의 반응은 없고 북한의 호응을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담에 대비한 실무적인 준비는 지금 현재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 북한에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열자고 제안하면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회신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논의할 적십자회담도 다음달 1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갖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선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답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20일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연락관을 통해 북한 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남북 간의 합의 정신으로 돌아와 서로 신뢰 구축의 길을 가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답을 기다리는 마감시한이 언제냐는 질문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에 마감시한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정세논설을 통해 한국 정부가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여론기만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한국 정부가 외세와의 동맹과 대북 압박 공조의 강화를 추구하고 있고 북 핵 문제 해결이라는 간판 아래 북한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 강화 조치를 헐뜯으면서 군사적 도발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런 대결과 적대의 악폐를 청산하는 것은 남북화해와 민족대단결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한국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공식 반응으로 볼 순 없지만 회담 개최에 앞선 한국 측의 선 조치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 전에도 비판적 논조를 유지하면서 대화에 응한 사례가 있다며 협상을 하기 전에 유리한 입장에서 서고 최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막판까지 응답이 없다는 것은 전면 거부보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일 가능성이 크다며 회담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한국에 끌려 가는 듯한 모양새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중요한, 어떤 자신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에 남북대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자신들이 주도하는 혹은 자신들의 의도가 관철되는 조건부 수용 이런 형태로 나올 개연성이 더 있죠.”
한국 정부는 당초 제안했던 군사회담 날짜가 임박했기 때문에 북한이 긍정적인 답변을 해오더라도 회담 대표단 명단 교환이나 회담장 준비 등의 사전 절차를 감안할 때 일정을 수정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북한 측의 답변이 없을 경우 일정을 다시 정해 북한에 수정 제안하는 등의 방안을 놓고 내부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