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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제안, 남북관계 복원 시동...북한, 회담 응할 듯"


지난 2015년 8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과 김관진 한국 국가안보실장, 김양건 북한 당 비서와 홍용표 한국 통일부장관이 각각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과 김관진 한국 국가안보실장, 김양건 북한 당 비서와 홍용표 한국 통일부장관이 각각 악수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에 군사당국 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전격 제안한 조치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을 향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회담에 응하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전술을 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군사당국 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첫 조치입니다.

한국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안이 한반도에서의 초기적 단계의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조치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 한국 통일부] “가장 저희가 이제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7월 27일을 계기로 해서 저희 ‘군사분계선상의 어떤 적대행위를 중지하자.’ 이런 (베를린 구상) 제안을 놓고 봤을 때 시점상 일단 빨리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 개최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봤을 때 오늘 정도는 제의해야 되겠다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남북이 마주 앉는다면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남북이 마주 앉는다면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 또한 당사자들의 고령화로 남북 간 가장 시급한 인도적 현안이라며 이를 위해 적십자회담을 함께 제안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로서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제안에 경제협력 대화가 빠진 것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을 고려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 한국 통일부] “우리가 북한과 경협을 다시 재개한다든지 그런 것들은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지금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해서 가고 있는 그런 제재라든가 그런 국면들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그런 것들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또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시는 그런 것들과 공감대를 이뤄가면서 추진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최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도 비판의 수위가 낮았고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미-한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겠지만 김정은 정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비방 중단을 얻어내기 위해 실리적으로 접근할 소지가 크다는 관측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6·15라든지 10·4를 승계한다든지 또 인도적 문제는 자신들도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든지 또 여러 가지 군사적 신뢰 조치 전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고 자기들도 이미 군사적 신뢰 조치 필요성을 인정했다든지 이런 점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 북한도 한국 정부의 제의를 완전히 거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군사당국 회담에서 북한과 일정한 성과를 거둘 경우 이를 이후 일정으로 제안한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합의하는 데 밑거름으로 활용하려는 게 한국 정부의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집단 탈북 여종업원 12명의 송환 문제가 관건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북한은 중국(식당) 여종업원 송환 문제를 아마 전제조건화 해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촉은 난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죠.”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북한이 적십자회담 보다는 군사당국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한적인 수준에서나마 한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일단 회담에 응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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