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 배치, 미한관계 변수로 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부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정으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가 미-한 양국 관계의 변수로 남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의 연내 사드 최종 배치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미-한 양국이 지난해 9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결정하면서 사드 체계의 작전 배치를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합의에 따라 속도를 내온 기존의 청사진은 변경이 불가피해졌습니다.

28일 오후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미군 장비가 놓여 있다. 이날 한국 국방부는 사드 기지에서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이외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문제가 미-한 관계의 중대 변수로 남게 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문제가 미-한 관계의 돌발 변수로 부상하자, 미국 측에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지 않을 것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려는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한국 측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말이 양국 간 의견 차이가 해소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지금처럼 시급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시간을 끄는 저의가 무엇이냐는 의혹을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하려는 사드를 저렇게 느긋하게 가지고 갈 것인가, 그 의도가 뭐가 있을까 라는 회의가 나올 수 있고 한-미 정상회담 재평가에 들어갈 거고 결국 대통령이 미국 가서 한 말은 사실과 다른 거 아니냐 하는 문제까지도 비화할 수 있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의혹, 그것이 점점 나아간다면 북한과 뭘 해보려고 하는 문제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으로도 가져갈 수 있겠죠.”

최강 부원장은 이어 이번 결정이 사드 배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아닐지라도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측의 시선이 곱게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이후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한 미국 내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반면 미-한 정상회담 이전에 양국 고위급 대화를 통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드 배치가 내년으로 미뤄진다고 해서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 철회나 철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우리가 이런 방식대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이고 완전 배치에는 일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한 발자국씩 서로 양보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즉, 한국은 철회하지 않겠다, 미국은 한국이 여러 이유로 공식적으로 절차적 문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불가피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접점이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크게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정성윤 박사는 다만 앞으로도 김정은 정권의 핵, 미사일 도발이 상당히 공세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드 조기 배치에 대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 그리고 일반 환경영향평가의 단계나 소요 시간이 어느 정도 단축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