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광복절 남북공동행사도 거부..."미국 압박에만 몰두”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북한 병사들이 한국 측을 바라보고 서 있다.

북한이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남북 공동행사를 갖자는 한국 민간단체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한국 측의 다각적인 대화 노력을 무시하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민간단체인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북한이 8·15 광복절 남북 공동행사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광복절 남북 공동행사를 추진해 온 이 단체의 이승환 공동대표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언급하며 공동행사를 추진할 여건이 안 된다는 뜻을 지난달 28일 팩스로 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공동대표는 북한이 팩스에서 분산개최를 적시해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분산개최 말고는 방법이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8·15 공동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과 해외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하자는 내용의 팩스를 북한 측에 보냈습니다.

이에 대한 회신으로 온 북한의 이번 팩스는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박명철 위원장 명의로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이 팩스를 보낸 지난달 28일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를 강행한 날입니다.

북한 측은 팩스에서 이달 말로 예정된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미-한 합동군사연습을 거론하며 이런 정세는 자신들을 한반도 평화 수호를 위한 자위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길로 떠밀고 있고, 남북 민간 협력과 교류에 앞서 민족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미국과의 대결전에 온 정력을 쏟아 붓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측은 이와 함께 한국 정부를 향해 남북선언 존중과 대화를 공언하고 있지만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진정성 없는 양면술책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문재인 한국 정부가 꽉 막혔던 민간 교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간단체들의 접촉 제의를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광복절 공동행사 거부는 당분간 한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8월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채택이 예정돼 있고 UFG 훈련을 하는데 이런 6·15든 8·15든 행사에 대해서 뭔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가 어렵다…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8월까지는 대결국면으로 가겠다, 그런 전략적 목표가 서 있다고 저는 분석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남북관계 복원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남북관계가 미-북 관계에 종속돼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지난달 ICBM급 미사일의 두 차례 시험발사를 한 북한이 이번 기회에 미국 압박에 집중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얻은 뒤 협상을 통해 체제 안전보장 등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대북 공조를 놓고 미-러, 미-중 간 균열이 커지고 있는 국제정세도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이런 균열들이 일종의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에 좋은 분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이런 구도가 전반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굳이 여기에 남북관계 사안을 뭔가 특별한 이슈로 북한이 활용할 필요도 없고. 사실 지금 큰 의미를 둘 차원도 아니라는 거죠.”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자 논평에서 미국 본토가 생사존망의 도마 위에 오른 새로운 현실은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북정책 전환을 또 다시 압박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