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RF 의장성명, 지난해보다 북 핵 대응 강화”…북한 대표단, 의장성명 비난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각국 외무장관들이 손을 맞잡고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의 한반도 관련 부분이 강력하고 균형 잡힌 내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한반도 긴장 격화의 본질을 왜곡하는 주장들이 반영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7일 폐막한 아시아 지역안보 포럼, 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의 한반도 관련 문안이 한국 정부 입장과 부합하는 강력하고 균형 잡힌 내용으로 명시됐다고 9일 평가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향한 남북관계 개선 구상들’에 대한 지지가 명시된 것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8일 발표된 ARF 의장성명에는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지난달 4일과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급 미사일 발사 시험과 지난해 감행된 두 차례 핵실험 등 북한에 의한 긴장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번 성명에서 북한 도발에 대해 명기된 ‘심각한 우려’는 지난해 의장성명에 명기됐던 ‘우려’에서 한 단계 수위가 격상된 것입니다.

또 지난해에는 ‘평화로운 방식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갔지만 올해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한결 강화된 표현이 포함됐습니다.

의장성명의 표현이 강화된 것은 지난달 두 차례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연쇄적인 고강도 전략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조된 위기 인식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동대학교 박원곤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ARF 의장성명이 확연히 다르다며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내용이 강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올해 의장성명을 살펴보면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조됐지만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강력한 압박과 제재와는 차이가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작년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와 압박 그런 내용이 포함됐지만 동시에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됐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말하는 베를린 구상이랑 중국이 생각하는 ‘쌍중단’과는 차이가 있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미국이 주장하는 그런 강력한 압박과 제재와는 조금 차이가, 거리가 있다는 모습도 반영이 됐다고 생각해요.”

한국 외교부는 의장성명에 중국과 러시아 측 주장이 반영된 데 대해 중-러는 확고한 북 핵 불용의 입장 아래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제재와 압박 그리고 대화를 병행할 필요성을 주장하며 쌍중단 등을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 대표단은 9일 아침 귀국을 위해 숙소를 나서면서 배포한 ‘북한 대표단 성명’을 통해 ARF 의장성명이 한반도 긴장 격화의 본질을 왜곡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측 성명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는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명백한 핵 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선택이며 미국의 입김으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들은 적법성과 도덕성을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반도에 핵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도, 정세 악화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도 근본 원인은 모두 미국에 있다며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미사일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측 대표단 성명은 또 북한은 책임 있는 핵과 ICBM 보유국으로서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선전도 덧붙였습니다.

북한 ARF 대표단을 이끈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공항으로 향했으며 외무성 직원이 취재진들에게 성명을 배포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