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오늘(1일)부터 발효됩니다.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는 마지막까지 북한에 남아있다가 출국한 미국인들이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의 자국민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발효되기 하루 전인 31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한 평양발 고려항공 JS 251편에는 북한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미국인들이 탑승해 있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인 니컬러스 버크헤드 씨는 여행금지를 앞두고 지금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버크헤드 씨는 `로이터 TV’에, 북한은 풍경도 아름답고, 여행 내내 마음이 느긋했으며 음식도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버크헤드] “I think I’d like to learn the language first just so I understand what people…”
베크헤드 씨는 한국어를 배워 다시 한번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전문 고려여행사의 미국인 직원제이미 반필 씨는 미국 정부의 여행금지 조치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녹취:반필] “As an American, it’s slightly embarrassing to have to answer that my government’s put a limit on me coming here…”
반필 씨는 “내가 북한에 오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한을 뒀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당혹스럽다”며 미국 여권에는 자유로운 여행을 허락한다는 말도 있고 미국인들이 갈 수 없는 나라가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20년 넘게 구호활동을 펼쳐온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의 하이디 린튼 대표는 앞으로도 장애 없이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린튼 대표] “There’s supposed to be a humanitarian exemption for people like us…”
구호요원들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예외조항이 있지만, 이를 실제 집행하는데는 세부 사항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린튼 대표는 구호활동을 위한 북한 방문을 계획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여행 허가가 제 때 나오지 않으면 실제로는 여행을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결국 활동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린튼 대표는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을 우려하는 것을 존중하지만 북한에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필요가 아주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제라드 해먼드 신부는 1995년부터 북한을 50차례 넘게 방문했습니다.
메리놀외방전도회 한국지부장인 해먼드 신부는 30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다시 갈 수 없을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 활동으로 최근 가톨릭단체인 콜럼버스기사단으로부터 미화 10만 달러를 받은 해먼드 신부는 이 상금으로 북한 내 결핵환자들을 위한 시설을 지을 계획입니다.
그는 “미국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금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지 국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에서 25년 간 경찰로 근무하다 북한에서 태권도 관련 업무를 했던 조지 비탈리 씨도 9월 중순에 열리는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 I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 2일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관보에 게재했습니다. 미국인들이 북한 여행 중 종종 억류되는 상황에서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특히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억류 중 의식불명 상태에서 귀국한 뒤 엿새 만에 숨진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국무부는 미국 여권을 갖고 북한을 여행할 경우,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한 모든 여권은 무효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특별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경우로는 언론인, 적십자 관계자, 인도주의 활동가 등이 꼽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