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실험한 핵무기는 수소폭탄 이전의 ‘증폭핵분열탄’으로, 핵융합 물질을 사용해 폭발력을 6배나 늘렸다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분석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예상보다 3년 빨리 ‘1단계 열핵폭탄’ 제조 기술을 습득했다며 도시 한 개를 파괴할 위력을 증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 핵 능력이 얼마나 진전됐다고 보십니까? 여전히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제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보시나요?
올브라이트 소장) 이번 핵실험의 폭발 위력이야말로 핵융합 물질이 사용됐다는 가장 큰 증거입니다. 북한이 1단계 열핵폭탄으로 불리는 증폭핵분열탄 시험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물론 소형화한 핵탄두를 로켓에 탑재해 대기권에 재진입시킨 뒤 폭발시키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큰 위력을 보여줬고 핵융합 물질을 넣은 게 거의 확실합니다. 북한은 그야말로 현대 도시 한 개를 파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폭발 위력을 증명한 겁니다.
기자) 북한의 핵 능력이 어떤 한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하시나요?
올브라이트 소장) 한계점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까지 갖추는 지점이 될 겁니다. 저는 북한이 이번 시험을 통해 그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특히 증명하고 얻으려고 했던 기술은 뭘까요?
올브라이트 소장) 이번 실험에 핵융합 물질이 사용된 게 맞다면 핵분열 무기에 핵융합 물질을 결합시켜 핵무기 위력을 심각하게 높였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는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을 이용한 15kt 급 핵 역량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 실험은 핵융합 물질로 위력을 대략 6배 정도 키운 겁니다. 물론 북한이 기존 15kt 급 핵무기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무기급 우라늄을 포함시켜 이번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핵융합 물질을 사용하면 플루토늄과 우라늄 기반 핵무기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고 이는 중요한 성과입니다.
기자)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울브라이트 소장) 이만한 핵 역량을 갖춘 나라는 얼마 안 됩니다. 5대 핵보유국만 이 역량을 증명했을 뿐입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그런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핵실험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이스라엘은 가능하리라 여겨지지만 증명한 적은 없습니다.
기자) 하지만 이번 실험의 성격을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긴 여전히 이르죠?
올브라이트 소장) 불활성기체나 다른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지 못하면 영영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핵실험 상황을 아는 첩보원이나 탈북자가 나와서 누설하지 않을 경우 실험에 사용된 핵무기의 정체는 계속 베일에 가려져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기자) 다만 노출되는 정황만으로도 핵기술 진전을 불 수 있다는 거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의심할 여지없이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매우 심각하게 여겨야 할 만한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제가 2~3년 전 존스홉킨스대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당시만 해도 북한이 2020년 전에는 이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 때는 북한이 2020년쯤 100kt 위력의 1단계 열핵폭탄(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 북한이 핵 개발 속도를 더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관련 기술을 진전시키고 있습니다. 상당히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기자) 어떤 측면이 가장 걱정스러우시죠?
올브라이크 소장) 훨씬 커진 폭발력이 가장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공개하는 모형도나 성명은 상당히 회의적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을 위협하고 억제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역량에 대해 믿게끔 하려고 언제나 과장이 심하죠. 동시에 관련 기술의 진전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말은 회의적 시각으로 보되 그들의 행동은 매우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100kt가량의 폭발력을 과시했고, 어떤 방법으로 핵무기를 제조했든 이건 매우 큰 진전입니다.
기자)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성공적으로 실험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믿지 않으시는 건가요?
올브라이트 소장) 이번 실험의 폭발 위력이 매우 크긴 했지만 이 핵무기를 중거리 혹은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진 못했습니다. 아직까진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수소폭탄의 1차 기폭제 역할을 하는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폭탄 생산을 위한 핵무기 소형화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저는 그런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북한의 주장에 회의적입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앞서 ICBM 장착용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공개한 사진도 역시 의심하시는 거죠?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그야말로 모형이고 선전 목적이 더 크다고 봅니다. 상당히 무거운 두 물체를 들어올리는 장치도 없고, 그저 핵탄두가 재진입체에 담긴 것 같은 모습을 방문객에게 보여주긴 위한 의도로 전시된 것 같습니다. 또 벽에는 핵물질이 담긴 덤벨 모양의 물체를 재진입체에 끼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형도가 걸려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미국을 공격할 수 수소폭탄 제조 능력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핵동결을 조건으로 한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방법입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동결”이 무슨 뜻입니까?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는 모든 비밀 시설들뿐 아니라 모든 핵무기 제조 과정이 다 포함돼야 동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검증할 수 있습니까? 이란 핵협상을 보십시오. 국제 사찰단이 수년간 해당 시설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도 신뢰할만한 검증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웠습니다. 접근 권리가 있었는데도 군사시설에 갈 수조차 없었던 겁니다. 협상파들은 협상이 깨질까봐 그런 건 요청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북한과는 그 정도 합의도 아직 없습니다. 지금은 북한 핵 문제를 협상으로 풀 체계가 도무지 없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으로부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보여준 핵 역량과 심각성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