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최근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로 중국 훈춘 지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영국의 주요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특히 훈춘 내 수산물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 훈춘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만강 쪽 대북 교역의 중심지입니다.
특히 훈춘은 최근 몇 년 새 북한산 수산물을 수입해 이를 중국 내부나 다른 나라에 되팔아 큰 이득을 봤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최신 대북 결의 2371호 탓에 훈춘 내 수산물 업체가 큰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이 5일 보도했습니다.
안보리 대북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의 수입을 일절 금지했고, 최근 중국 상무부는 이에 근거해 같은 내용의 시행령을 발표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현지 취재를 통해 대북 결의 2371호의 영향으로 훈춘 내 많은 수산물 상점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습니다.
한 상점 주인은 이 신문에, 북한 수산물 수입이 막혀 수입선을 러시아로 돌리면서 수산물 가격이 50%에서 100% 가까이 올랐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주로 냉동수산물을 팔 수밖에 없는데 냉동수산물은 이익률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훈춘 내 수산물 업체들은 안보리의 제재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산 수산물 덕에 호황을 누렸습니다. 훈춘은 원래 간단한 오징어 가공업을 하던 곳이었지만, 북한산 수산물을 수입하면서 국제 수산물가공기지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북한산 수산물은 청정바다 이미지로 중국에서 인기가 많고, 중국산보다 30%에서 40%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과 11월 사이 북한의 대중 수산물 수출 규모는 약 1억 7천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5%나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제는 수조가 거의 모두 빈 상태로, 그나마 일부만 러시아산으로 채워져 있는 훈춘 내 한 수산물 가게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수산물 교역상은 이 신문에 정부가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며, 인구가 30만 명인 훈춘에서 1만여 명가량이 북한과 거래를 하는데 대북 교역이 중단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훈춘 임업 당국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훈춘이 가진 것이 부동산과 수산물뿐이라면서 경기가 가라앉아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텅 비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압록강 변의 대북 교역기지인 단둥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 인터넷 사회연결망에는 북한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에 항의하는 단둥 현지 수산물 업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정부에 손해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로이터' 통신 등 해외 언론들은 수입선이 막힌 단둥 내 수산물 업체들이 밀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북한 접경 지역에서 이런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관련 기사와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현지 취재에서 훈춘 내 많은 업체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거절했고, 외국 기자들의 취재가 공안에 의해 저지되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