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산 제품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엄격히 이행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중 접경 도시의 중국 측 무역업자들은 갑작스러운 손해를 보게 됐다며 시위를 벌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71호의 이행을 위해 북한산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바로 다음날부터 발효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은 현재로서는 이 조치를 엄격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사회연결망 서비스 등에 확산되고 있는 동영상은 수입 금지가 발효된 지난 15일, 북-중 접경 도시인 지린성 훈춘 시에서 무역업자들이 갑작스러운 조치에 당황해 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북한에서 훈춘으로 들어오는 다리에 냉동 게, 새우, 오징어를 가득 담은 트럭 수 십대가 늘어서 있는데 입국하지 못해 강한 햇살에 얼음이 녹고 있는 장면이 비쳐졌습니다.
이후 무역업자들이 중국 정부에 손실을 보상하라며 현장에서 시위하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녹취:량유린] Mandarin
현지 무역업자인 량유린 씨는 `VOA'에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밖에 아무 방법이 없다”며 “우리 회사는 벌써 1천만 위안, 미화 150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량 씨는 자신의 회사 매출의 70%가 북한산 해산물 판매에서 온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가 수입을 금지하는 품목은 석탄과 철, 철광석, 납, 납광석, 해산물입니다.
특히 북한의 대중국 해산물 수출은 연간 3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전문가들은 `VOA'에, 대북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하는 중국 당국의 공을 인정해 줘야 한다며, 중국이 지도력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압박이 미흡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론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는 데 대해 중국 푸단대학교의 카이 지엔 교수는 중국의 대북 지렛대가 약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카이지엔] Mandarin
카이지엔 교수는 “최근 몇 년 간 북-중 관계는 여러 문제를 둘러싸고 악화됐으며 최악의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중국 정부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중재자 역할로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의 자오퉁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 간 신경전에 중국이 너무 깊이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자오퉁] Mandarin
자오 연구원은 “만일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주도하고, 북한 정권의 운명을 위협한다면 북한은 미국에 하는 것과 같이 중국에 적대적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의 쑨저 교수는 중국이 기존의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쑨저] Mandarin
중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균형에 대한 고려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대해 느끼는 좌절감과 불만, 불평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쑨저 교수는 중국이 아직 북한과의 오랜 관계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북한을 점점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