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한 핵실험장 인근서 계속되는 지진 이유와 전망

  • 윤국한

2일 오전 7시 45분께 규모 2.5의 지진이 발생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 북북서쪽 43㎞ 지역. 진앙은 북위 41.31도, 동경 129.11도다. 북한이 지난 9월 3일 실시한 6차 핵실험 장소에서 북동쪽으로 약 2.7km 떨어진 지점이다. 한국 기상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공동 분석한 결과, 이번 지진은 6차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된 유발 지진이며, 자연지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에서 어제(5일)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9월 6차 핵실험 이후 5번째 자연지진인데요, 일부에서는 북한이 앞으로 길주의 핵실험장을 다시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의 6차 핵실험이 9월 3일이었으니까, 석 달 사이에 길주에서 5차례의 지진이 발생한 거군요?

기자) 네, 첫 번째 지진은 9월 23일 발생했는데요, 이날 불과 몇 시간 간격으로 1차와 2차 지진이 있었습니다. 이어 10월 3일에 3차, 12월 2일 4차, 그리고 5일 다섯 번째 지진이 발생한 겁니다. 지진은 모두 길주의 핵실험장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이내 지역에서 발생했고, 규모는 2.5 안팎 수준이었습니다.

진행자) 핵실험의 여파로 지진이 발생하는 게 흔한 일인가요?

기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례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핵 폭발로 인한 진동이 지반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면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이 핵실험을 실시했던 네바다주와 옛 소련의 핵실험장으로 사용됐던 카자흐스탄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는데요, 공통적인 특징은 지진의 규모가 매우 작고, 발생 지역은 핵실험장 인근으로 제한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새벽에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진행자) 북한의 6차례 핵실험은 모두 길주에서 이뤄졌는데요, 핵 폭발의 여파로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의 암반 구조가 변경됐다는 분석이 있지요?

기자) 지금까지 실시된 여섯 차례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의 규모는 모두 4.3을 넘었습니다. 특히 6차 핵실험은 규모 6.3의 강진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진동이 감지됐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암석으로 된 만탑산의 돌이 깨지고, 깨진 돌덩이와 흙들이 무너져 내린 것이 위성사진을 통해 관측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진행자) 일부에서는 6차 핵실험의 여파로 지하 갱도가 무너져 내렸을 가능성을 제기하던데요?

기자) 실제로 일본 언론이 그런 보도를 했습니다. 지하 갱도가 붕괴돼 적어도 2백명이 숨졌다는 내용인데요,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반복되는 핵실험으로 암석 등이 깨지고 산 사태가 발생하는 이른바 `만탑산 피로 증후군’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이 갱도에서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동안 핵실험은 1차 때를 빼고는 모두 2번 갱도 북쪽에서 실시됐는데요, 같은 장소에서는 더 이상 핵실험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은 “만탑산 지하에 60~100m의 공동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요,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 목적으로 현재 위치에서 새로운 갱도 작업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핵실험장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 피폭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에도 미국 `NBC’ 방송이 한국에 거주하는 길주 출신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자신이 직접 이유 없는 통증을 겪고 있다고 밝힌 사람이 있었고, 주변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고, 이웃 주민들이 계속 장애아를 출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증언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핵실험 때마다 발표를 통해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북한은 줄곧 방사성 물질 누출이 전혀 없었고, 주변 생태환경에도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발표해 왔습니다. 하지만 방사능이 외부 대기로 누출되지 않더라도 핵실험장 인근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방사능에 노출되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노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그 피해는 심각하고,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탈모와 불임에서 혈액, 위와 대장, 뇌와 척수 손상, 그리고 갑상샘암 등 각종 암이 유발되는 건 물론 유전자 돌연변이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길주군 출신 탈북자 3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피폭 검사를 했는데요, 이달 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