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퀸타나 보고관 “북한 인권범죄 책임자 기소 위해 사법 전문가 채용”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엔 인권기구가 미래 북한 인권 범죄 책임자들을 기소하는 준비 차원에서 사법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고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밝혔습니다. 한국 내 북한 인권 단체들은 퀸타나 보고관과 한국 정부가 한국인 납북자 문제와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북한 내 인권 침해 가해자들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 일환으로 인권 침해 가해자 기소에 활용될 수 있는 기록을 보존하고 분석할 사법 전문가를 현재 채용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The Office of the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is currently recruiting legal expert who will task…

미리 시스템을 마련해 북한의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기소에 대비하겠다는 겁니다.

사법 전문가 채용은 앞서 유엔 독립 전문가그룹이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권고했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 내 인권 침해 증거자료들을 분석하고, 법률적 사법적 측면에서 범죄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도록 전문가들을 배치할 것을 권고했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유엔 인권기구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권고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적절하게 검토하는 게 안보리의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관리들을 만나 이런 책임 추궁을 위한 유엔의 의제를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한국 방문 중 올해 북한을 탈출해 입국한 탈북민들을 면담했다며, 이들의 증언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 used to work at a factory without pay from 8am to 10pm ….”

한 탈북민은 북한의 공장에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으며 대개 저녁에 밀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고 증언했다는 겁니다. 북한 정부가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만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면담한 탈북자들은 모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주민들만 북한에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가장 지원이 필요한 계층은 배급이 더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평양과 지방 주민들의 삶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 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What I find particularly worrisome when I listened to…”

국가의 우선순위는 국민의 기본적인 필요를 신속하게 충족시켜야 하지만, 북한 정부는 상당한 자원을 핵과 미사일 등 군수 분야에 지출하고 유례없이 국경 지역 통제를 강화해 우려스럽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비공식 경제에 의존하고 있고 정부는 변방 지역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퀸타나 보고관은 지적했습니다.

한편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북한 정부가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전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한국 망명 사안에 대해서도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The case is very serious because the allegations are…..”

망명이 정확하게 어떤 경위로 전개됐는지 확인해서 결론을 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여성들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인권과 관련해 제기되는 모든 목소리를 경청할 의무가 자신에게 있고 국제법 위배 소지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그러나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에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장기 억류 중인 한국인 납북자 석방 사안과 전후 납북자 500 여 명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두 번이나 납북자에 관한 입장 혹은 한국 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묻는 말이 이어졌지만, 즉답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관해 일부 납북자 단체와 북한인권단체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황인철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 송환을 위한 대책협의회 대표는 ‘VOA’에, 퀸타나 보고관이 한국인 납북자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저는 퀸타나 보고관님을 과거 아르헨티나에서 만났을 때 굉장히 흥분됐었습니다. 저의 얘기를 듣고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이 과거 아르헨티나 강제 실종 희생자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KAL기 사건은 국제기구의 매카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고 우리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퀸타나 보고관에게 굉장히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이 부분에 있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한 외교소식통 역시 ‘VOA’에, “북한식당 여종업원 납치 의혹과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탈북민 2명의 사안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언론들이 이런 사안들에 과도한 초점을 맞춰 다른 중요한 북한 인권 문제들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질문은 북한식당 여종업원 납치 여부에 집중됐고,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