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에 대해 한국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드로 위축됐던 경제관계를 회복하고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친중 경사 외교로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잃고 대북 압박에도 지렛대를 잃었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사드 문제로 경색돼온 양국관계를 정상화시키는데 큰 걸음을 내디뎠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오늘(18일)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과를 강조하며 한 말입니다.
청와대는 앞서 17일 보도자료에서 한-중 간 교류협력 복원·발전과 한반도·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의 기반 구축을 마련한 것을 문 대 통령의 방중 성과로 꼽았습니다.
문 대통령의 나흘에 걸친 중국 국빈방문은 중국의 의전 홀대론과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이 부각되면서 한국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여러 악조건 속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중 경제관계 회복을 가장 큰 성과로 지적했습니다.
<ROK-CHINA ACT 1 YKK 12/18>[녹취: 김흥규 소장] “사드 문제까지 겹치면서 경제적으로 양국이 점점 분리돼 가는 상황 속에서 다시 그 끈을 이어주고 새로운 경제협력을 위한 모멘텀을 가져가는 것이 한국의 실리 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실제로 거둔 가장 중요한 성과는 경제협력을 서로 확인한 겁니다. 앞으로 이 것을 개선하고 진전시키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로”
전직 정부 고위 관리도, 의전 논란이 있었지만 우려했던 세 가지 분야를 잘 관리했다는 점에서 70~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직 고위 관리] “현재 우리가 핵 문제, 사드, 평창올림픽 이 세 가지를 놓고 볼 때 문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안 갈 수 없었고 가서 충분히 얘기를 했고 그 면에서 저는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그 게 희석되게 자꾸 언론이 쓰는 것, 홀대론! 밥 혼자 먹는 사진 때문에 촉발한 것이지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중국과의 ‘운명공동체론’까지 거론하며 중국과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협력까지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고려대 서진영 명예교수는 1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잃고 중국은 한국민의 마음을 잃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이른바 `3불' 입장과 중국과 합의한 4대 원칙을 통해 무력 등 모든 선택 방안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선택 방안을 한국 스스로 버렸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 스스로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한국을 “작은 나라”로 소개하며 중국의 꿈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지나친 사대주의적 발언으로 미·일 과의 가치외교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칭화대 박사 출신의 중국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이성현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의 방중이 장기적으로 미 동맹국 중 처음으로 중국에 편입하는 상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위원] “앞으로 50년이 지난 후에 역사가들은 오늘을 되돌아보면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미국의 동맹권에서 벗어나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을 선택하는 날이었다고 후세의 역사가들이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위원은 문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을 추모하고 중국과 ‘운명공동체론’을 강조하며 중국의 전통 기조인 전쟁불가론 등 4대 원칙에 합의한 것은 새로운 패권국인 중국과 함께 하겠다는 신호로 미국과 일본에 비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인류운명공동체에 합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동아시아 역내 질서 변화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위원] “역내 동아시아 미국 리더십 중심이었던 동아시아 역내 질서 변화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 것을 한국 언론들은 기자가 맞았다 홀대를 받았다고 부각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이드 스토리이고 정말 중요한 스토리는 미-중 간 동아태 지역 리더십 변화에서 미국의 동맹이었던 한국이 미 동맹체제가 와해되고 있는 가시적인 사인이랄까요? 다만 그 사인이 ‘Writing on the Wall’ 성경에 나오는 말처럼 벽에 써 있는 글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사람만 볼 수 있지 요번에 확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것은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봅니다.”
이 위원은 그러나, 이런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 중심의 외교를 무시하고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 중심의 외교를 펼쳐 중국이 그 틈새를 역이용하고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위상과 지도력이 국제사회에서 추락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대중 경사론에 기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VOA’에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이번 방중을 통해 너무 급격하게 중국 쪽에 기우는 것으로 보여 미-한-일 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미 한국이 일본보다 중국을 중시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놀라워하지 않는 반응”이지만 한국이 다시 기회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겁니다.
고려대 서진영 교수는 미국이 문재인 정부와 앞으로 4년 혹은 그 후 어디까지 안보협력을 해야 할지,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한국 정부가 과연 도움이 될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 교수는 18일 ‘VOA’에 이런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에 덧붙일 게 없다며 같은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이기도 한 아주대 김흥규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 저는 이 정부의 기조가 한-미 동맹에서 점점 더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축이 옮겨 가는 게 아니고 그동안 지나치게 한-미 동맹으로 모든 것을 바라봤고 해결하려 했던 기조에서 중국과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혹은 중국과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문제는 하는 것이고 한-미 동맹의 기존 필요성과 중요성은 그대로 존재하는 겁니다.”
김 소장은 “균형 외교란 미-중 관계 속에 중간지대에 서겠다는 의미가 아니며 한-미 동맹에서 그럴 수도 없다며, 좀 더 균형적 사고와 외교를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중 운명공동체론 역시 북한의 핵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측면과 범세계적 공동체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지 중국의 입장을 추종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