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다 한 가운데에서 북한 선박에게 화물을 옮기던 선박은 싱가포르 회사가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과거 싱가포르는 러시아 원유를 북한으로 수출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곳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게 화물을 넘겨주던 유조선 ‘역텅’ 호의 실소유주가 확인됐습니다.
‘VOA’가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선박 회사 자료를 살펴본 결과 ‘역텅’ 호는 싱가포르에 주소지를 둔 ‘역텅 에너지(Yuk Tung Energy Pte Ltd)’가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역텅 에너지’는 회사 등록지와 운영지를 모두 싱가포르로 기재했으며, 우편번호 ‘048624’와 함께 싱가포르 내 세부주소까지 공개했습니다. 다만 전화번호나 이메일, 웹사이트를 표시하는 공간은 빈 칸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에서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항만국통제위원회는 검사 대상 선박이 제출한 등록자료를 토대로 실제 소유회사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북한 유조선 ‘례성강 1’ 호가 동중국해 해상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선적 유조선과 맞댄 상태에서 화물을 옮기는 장면을 포착해 사진을 공개했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설명대로 ‘역텅’ 호는 도미니카공화국 깃발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사가 실제 소유주로 드러나면서, ‘역텅’ 호는 등록국가와 운영국가를 달리 하는 ‘편의치적’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들 두 선박 모두 유조선인 만큼 유류제품을 옮겨 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싱가포르 회사들이 대북 유류제품 공급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과거에도 제기됐었습니다.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지냈던 탈북자 리정호 씨는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아시아 석유 거래의 중심지이자 많은 중계회사를 갖고 있어 북한이 이 회사들을 통해 러시아와 거래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 북한으로 석유를 판매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개인과 기관 등을 제재했는데 여기에는 싱가포르 기업들도 포함됐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해 11월 북한과의 모든 교역 관계를 단절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도 지난해 10월 미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싱가포르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넘어선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역텅’ 호로부터 물품을 건네 받은 ‘례성강 1’ 호는 과거에도 선박 간 환적을 하는 모습이 적발됐던 선박입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례성강 1’ 호가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호와 공해상에서 맞댄 상태에서 유류로 추정되는 제품을 옮겨 싣는 모습을 공개했었습니다.
현재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호는 또 다른 유조선 ‘코티’ 호와 함께 한국 정부에 억류된 상태입니다.
‘VOA’는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호와 ‘코티’ 호가 각각 홍콩과 파나마 깃발을 달았지만, 항만국통제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이들 역시 실제 회사는 중국 본토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해 9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공해상에서 선박간 환적을 금지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채택한 2397호에선 북한 선박의 불법활동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선박간 환적 문제를 거듭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