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러시아 등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고발하는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북한 당국에 바칠 상납금을 채우느라 장시간 강제노동에 내몰리는 근로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겼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6년 6월까지 폴란드의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근무했던 북한 근로자 K씨는 첫 석 달 동안 월급 1달러 50센트를 받았습니다.
3년 넘게 일하면서 번 돈은 모두 2천500 달러. 그나마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나면 한 달 생활비는 27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이 6일 발표한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 보고서에는 K씨처럼 폴란드와 러시아 등지에 파견돼 열악한 환경과 임금 조건 아래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K씨는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근무했지만 관리자들의 지시가 있으면 24시간 근무하는 일도 허다했다고 말했습니다. 숙소에서는 TV를 볼 수도 없었고 난방도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나라 출신 근로자들이 월급 1천800달러를 받는다고 했을 때 자신은 150달러 밖에 못 받고 있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600달러를 받는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익을 위한 사람들-세계적 차원의 북한 강제노동(People for Profit-North Korea Forced Labour On A Global Scal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일상도 담았습니다.
라이덴 대학 아시아센터가 탐사전문 기자들과 공동으로 2017년 블라고베시첸스크와 블라디보스톡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을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블라고베시첸스크 지역의 한 공사장에서 근무하다 2015년 탈북한 A씨는 북한 당국에 매주 약 200달러를 상납해야 했습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북한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새벽6시부터 다음날 새벽4시까지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는 약 10년 전만 해도 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들이 265달러를 상납했지만 이 금액이 530달러 정도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은 늘 감시를 당했고 매주 한 번씩 자아비판을 해야 했습니다. “북한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벌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노동자가 되겠다” 는 발언을 반복하는 자리였습니다.
러시아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북한 노동자는 실제 임금의 7%만을 손에 쥐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 당국을 통하지 않고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직접 전해줄 것을 요구한 북한인들은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반역 혐의를 받게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많은 근로자들이 북한 당국에 상납금을 바치기 위해 장시간 노동으로 수면부족 증세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체코에는 현재 북한 노동자가 없지만 1998년부터 2008년 사이엔 300~400명 선을 유지했고, 이들 역시 매우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했습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폴란드나 러시아와 달리 대다수가 여성이었고, 주로 신발, 의류, 식품 업계에 종사했습니다.
보고서는 당시 체코주재 북한 외교관 김태산 씨의 증언을 통해 근로자들 임금 55%가 북한 정권에 돌아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때 사야 할 꽃 값은 추가로 내야 했습니다.
당시 체코에서 근무하던 북한 근로자들은 매달 20~30달러 정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