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공조와 협력을 늘려 대미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는 지난 21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무역,경제,과학,기술협력 위원회(경제협력위원회) 제 8차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북한과 무역 거래를 위한 ‘우정의 다리(Friendship Bridge)’ 건설을 위한 업무팀을 조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간 향후 무역거래를 염두에 두고 1959년 건설된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우정의 다리를 확장하기 위해 또 다른 다리를 세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다리는 특히 중국을 거치지 않고 북-러 사이 직통 운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양국이 오래 전부터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정의 다리 건설 계획만이 아닙니다.
러시아 대표단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과 러시아가 정부 간 경제협력위원회 제8차 회의 의정서에 조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의정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북한 대표단과 회의에서 에너지, 농림수산업, 수송, 과학기술 분야 등 포괄적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러 경제협력위 회의는 지난 2015년 4월 평양에서7차 회의가 열린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것입니다.
북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26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달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은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또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강화되고 많은 국가들이 대북 교역을 축소하고 있는 국면에서 대북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러시아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런 상황에서 대북 관계 강화 움직임을 보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특히 러시아는 북-중 관계가 긴장 상태에 있을 때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한 적이 많았습니다.
또 중국이 최근 이례적으로 대북 압박을 늘리고 있는 제재 국면에서 북-중 관계가 약화된 시점과도 맞물립니다.
지난해 중순 중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대북 비난 수위를 높이는 등 북-중 관계가 긴장 상태에 놓였을 당시에도 러시아는 북한과 러시아 항구를 연결하는 여객화물선 노선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이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대북 연료 공급을 중단할 경우 대신 북한에 연료를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전략정보 분석업체인 ‘스트랫포(Stratfor)’는 보고서를 통해 북-중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를 기회로 활용해, 대북 관계를 서방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는 올해 초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냉각 상태에 있을 때 미-북 대화를 중재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 당시 대북협상팀의 일원이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최근 ‘VOA’에 러시아의 중재 역할 제안에는 동아시아에서의 입지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소련 붕괴 이전에 동아시아에서 누렸던 지위를 다시 찾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