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반도 미세먼지 심각...민간 위성, 평양 뿌연 하늘 포착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의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미세먼지로 덮인 서울 시내가 보인다.

한국은 요즘 극심한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평양도 미세먼지로 뒤덮인 모습이 민간위성에 포착됐는데, 전문가들은 예방활동을 철저히 해 각종 질환으로부터 몸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서울시가 긴급 알림 형식으로 발표한 서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지난 25일 서울시민들은 일제히 긴급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서울 시내를 뒤덮기 시작한 미세먼지로 인해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주차장이 폐쇄되고, 차량은 번호판 맨 끝자리 숫자를 기준으로 홀수와 짝수 차량으로 나눠 운행 제한 조치가 예고됐습니다.

이날 서울은 미세먼지로 인해 하늘 전체가 안개가 낀 듯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하루가 지난 26일에도 이어졌고, 29일 현재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푸른 하늘은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를 의미하는 PM2.5를 기준으로 한 서울의 미세먼지는 25일 99마이크로그램(1입방미터당)이었고, 경기도는 102마이크로그램을 나타내는 등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거리에선 마스크를 낀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학교 운동장과 아파트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또 TV방송과 신문 등에선 미세먼지와 관련된 내용이 쉴새 없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27일 '플래닛'이 평양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위)과 지난해 9월16일에 찍은 위성사진을 비교한 모습. 이달 사진에선 미세먼지로 인해 평양 시내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사진제공=Planet)

북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VOA'가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제공하는 '플래닛'을 확인한 결과 27일 평양 시내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 위성사진에서 볼 수 있던 주요 건물들은 미세먼지에 가려져 약간의 윤곽만 드러날 뿐이었습니다.

남북한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 미세먼지는 현재로선 중국에서 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편서풍 지대에서 서에서 동쪽으로 이동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순태 교수] “이번 같은 경우에는 서해상을 통해서 우리나라와 북한 쪽으로 이동한 사례로 보이고요. 다만 유입이 되면 처음에는 중국의 영향이 크지만, 후반부로 가면 우리나라의 영향이 커지는 양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김 교수는 최근 몇 년 간 한반도 일대 기후변화로 인해 풍속이 낮아지면서 미세먼지가 머무는 일수가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순태 교수] “풍속이 낮아진다는 것은 희석효과가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고농도가 조금 더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영향이 요즘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전체적인 미세먼지 농도 수준은 중국과 한국 모두 최근 3~4년 간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미세먼지는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가 대부분의 질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영욱 교수] “2000년대에 와서 호흡기뿐만이 아니라 후각 기능을 통해 직접적으로 뇌로 이동하는 것이 증명되면서 치매라든가 뇌 질환에 대한 연구들이...”

임 교수는 이후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가 알레르기와 암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증명됐고, 최근에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민감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자살률에도 차이가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습니다.

천식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미세먼지가 극단적인 결정으로 이어지는 생활요인이 된다는 겁니다.

안경수 서울대 통일의학센터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도 미세먼지에 노출돼 있지만 예방활동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경수 연구원] “우리처럼 일회용 마스크나 그런 건 없고, 있어 봐야 면 마스크 정도? 물론 장마당에 중국제가 들어오니까 비싼 건 돈 있는 사람은 사겠죠. 글쎄요. 그렇게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것 같지 않고요.”

이 때문에 임 교수는 북한 실정에 맞는 예방법을 소개했습니다. 그 첫 시작은 금연입니다.

[녹취: 임영욱 교수] “흡연 같은 걸 금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요. 미세먼지가 높을 때 흡연을 하게 되면 상승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굉장히 호흡기나 심혈관 계통에 급격한 질환이 악화될 확률이 높아지고요.”

임 교수는 아이들과 노약자, 임산부를 비롯해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먼지 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따라서 도로변을 비롯한 오염이 나타나는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쓰는 게 좋지만 없다면 손수건이라도 이용해 먼지를 호흡하지 않도록 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또 집에서는 청소와 환기를 자주 하고, 물을 많이 마셔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는 걸 완화시켜야 한다고 임 교수는 말했습니다. 아울러 몸의 대사력을 높이기 위해 채소나 과일 섭취도 많이 할 것을 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대기오염뿐 아니라 전반적인 환경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안 연구원은 수질과 토양 오염이 대기오염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안경수 연구원] “북한 같은 경우는 짐작하시겠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저감장치나 수질을 다시 회복시키고, 폐수를 걸러내는 장치가 전혀 없거든요. 제가 목격한 것도 압록강과 두만강에 그대로 폐수를 내보내고, 굉장히 자연스럽고, 그 밑에서 주민들이 물을 떠먹고 하고 있는데요.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이 심각해요.”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