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관련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5월에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남한과 미국이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의 노력에 선의로 응답하고, 평화와 안전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 발언이 왜 파장을 빚고 있는 건가요?
기자)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는 단계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과 다르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실패한 과거의 사례를 되풀이 하려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단계적인 비핵화라는 게 뭘 의미하나요?
기자) 북 핵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 따른 비핵화 방식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전에 맞춰 미국 등 나머지 5개 나라가 상응한 조치로 에너지와 경제협력, 평화체제 등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가 각각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건데요, 공동성명은 이 것을 `행동 대 행동’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합의가 왜 문제인가요?
기자) 북한이 상응한 조치, 그러니까 보상만 받아 챙기고 비핵화 조치는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입니다. 물론 북한은 이런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단계적 비핵화 발언도 보상과 관련한 조건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 비핵화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어떤가요?
기자)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없습니다. 다만, 시간을 끌지 않고 신속하게 북한의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목되는 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가 강조해 온 `리비아식’ 북 핵 해법입니다. 이 방식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 핵심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볼튼 보좌관의 이런 견해를 미국의 공식 입장으로 택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국무부의 반응이 있었지요?
기자) 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어제(2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에 “중요한 건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약속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와 선의’를 갖고 북한과의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김정은 위원장이 앞서 `남한과 미국의 선의’를 요구한 것과 맞물려 주목됩니다.
진행자) 일부에서는 일괄타결 방식을 많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어떤 건가요?
기자) 미국과 북한이 서로 원하는 것을 제시하고, 이를 다 함께 묶어서 합의를 보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미국이 원하는 건 비핵화이고, 북한이 원하는 건 경제 지원, 평화협정 체결, 국교 수립 등이라면, 이 것들을 이른바 `팩키지’로 담아 합의하는 겁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팩키지 딜’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일괄타결이란 게 단계적 비핵화와는 배치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일괄타결을 하더라도 실제 조치는 단계적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확실한 비핵화를 다짐 받으려 할 겁니다. 김 위원장은 상응한 조치를 요구할 텐데요. 두 정상이 서로의 요구를 수용하면 그게 일괄타결 입니다. 하지만 이 합의를 실행하려면 실무 차원에서 세부적인 절차를 담은 `로드맵’이 필요하고, 이 절차를 단계적 비핵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이 말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닌가요?
기자) 그 보다는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단기간에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북한의 비핵화를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각 단계마다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고, 그 시한을 아주 짧게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과 합의에 이를 때까지 제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관한 입장은 한국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달 초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발표한 보도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뜻하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