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북 정상회담 장소 상징성 커...정치적 고려 크게 작용할 듯

  • 윤국한

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 뉴스 화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정상회담 개최를 확인하면서 회담 장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북 역사상 첫 정상회담인 만큼, 회담 장소는 그 상징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북 간 접촉에서 회담 장소 선정 문제가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북한은 평양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미국의 입장은 분명치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5월 중’ 열겠다고 했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시기를 `5월이나 6월 초’로 수정한 건 장소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앞서 대규모 선발대가 현지에서 경호와 의전, 안전 문제 등을 철저히 점검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진행자) 정상회담은 회담을 제안한 나라에서 열리는 게 관례가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통상적인 경우 평양에서 열리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회담은 특수한 사례로 꼽힙니다. 회담의 역사성과 상징성은 차치하고라도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미-북 양측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해 장소 선정이 만만치 않은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상회담 장소 선정과 관련한 고려사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기자) 경호와 보안이 기본이고요, 그밖에 언론보도의 편의성, 정치적 상징성 등이 고려사항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에서는 각자 워싱턴과 평양이 모든 면에서 편리하고, 특히 북한의 경우 정치적 효과가 클 겁니다. 우선 수도 평양이 전세계의 관심을 받는 가운데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은 내부적으로 최고의 선전이 될 겁니다.

진행자) 미국이나 북한 측에서 회담 장소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이 나온 적이 있나요?

기자) 모든 언론이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지만 당국 차원의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미-북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면 회담 시기와 함께 동시에 발표하게 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회담 장소에 관해서도 파격적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일차적으로는 워싱턴이나 평양이 유력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행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피스메이커’로 각광 받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평양행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은 어떤가요?

기자) 경호뿐 아니라 보안, 안전상 부담 때문에 북한 측으로서는 검토 대상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가 장거리 비행이 어려운 낡은 기종인 점을 들어 기술적 요인 때문에도 워싱턴행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일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워싱턴에 나타난다면,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과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진행자) 양측이 워싱턴이나 평양 회담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결국 제3의 장소를 택할 수밖에 없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언론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후보지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입니다. 거리상으로 북한과 가까운데다 미국과 북한 모두와 우호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와 스웨덴, 스위스, 중국 등도 회담 개최가 가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제3국 개최는 이번 정상회담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실제 성사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제3국에서 개최될 경우 판문점이나 제주도를 제시하고 있지요?

기자) 네, 한국 정부는 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로 회담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평양이 어려울 경우 판문점 개최에 동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