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문재인 대통령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와 상관 없어”...미 F-22 한국 도착

지난 2013년 4월 미한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공군 소속 F-22 스텔스 전투기들이 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 대기 중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 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 F-22가 미한 연합훈련을 위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소개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남북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미군은 어떻게 될까?”라고 물은 뒤, “(평화협정의) 채택 뒤에는 한국에서의 지속적인 입지를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미군의 감축과 철수에는 완고한 보수층의 반발이 있을 것이며, 이는 문 대통령에게 중요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특보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한국 내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까지 체결하면,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발 빠르게 주한미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연합뉴스는 관련 보도를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논란을 일으킨 문 특보에게 '경고'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평화협정 체결은 거의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평화협정이 이른 시일 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문 특보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6월 워싱턴을 찾은 문 특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할 경우, 한국 정부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 무기 역시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발언은 미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중국과 러시아의 '쌍중단 제안'과 맥을 같이 한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또 미국 정부 역시 “미-한 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합법적인 활동임을 감안할 때, 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협상을 할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문 특보에게 '미-한 관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문 특보는 '특보가 아닌 대학교수 신분으로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송영무 한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문 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가 아닌 것 같아서 개탄스럽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 군은 예정된 연합훈련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입니다.

한국 군에 따르면 11일부터 미한 공군은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 훈련에 돌입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여러 대가 한국 광주 공군기지에 도착해 현재 일대에서 비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F-22 전투기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스텔스 기능으로 적의 탄탄한 방공망을 뚫고 언제든 정밀타격을 할 수 있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수단으로 우선적으로 거론돼 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