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강한 제재 조치를 유지하면서 북 핵 폐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실패한 단계적 접근방식이 아닌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핵 문제의 심각성을 북한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 전 장관을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이번엔 어떤 결과로 이어질 걸로 보세요?
강인덕 전 장관) “이번에 의제를 택한 걸 보니까 세 가지였어요. 비핵화, 그리고 남북 간의 평화체제 구축 문제, 남북관계 개선 문제였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비핵화 문제인데, 어느 정도 비핵화에 진전이 있느냐가 핵심이겠죠.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의견을 북쪽에서 제기하지 않는다면 다음 두 가지 의제는 빛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와 달리 이번엔 비핵화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여야 한다는 쪽과 점진적, 동시적인 주장이 충돌하는 양상입니다.
강인덕 전 장관) “그건 과거에 우리가 북한 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회담을 해 보지 않았습니까? 가장 대표적으로 회담했던 것이 2005년의 9.19 합의입니다. 그 때 이미 'CVID'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합의를 한 거죠. 그런데 그 때 합의해 놓고 북쪽에서 이행하지 않아서 깨지지 않았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에 북쪽에서 'CVID'에 대한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나오느냐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요?
강인덕 전 장관) “그건 지난 4월20일 북한이 발표한 대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 대륙간 탄도 로켓 시험을 안 한다고 했는데… 그건 단계적인 조치겠죠. 그렇게 해가지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만약에 단 시간 내 포괄적으로 이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지 못하고 끈다면, 북쪽에 개발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상당히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기자) 과거에도 이 같은 양상이 반복돼 왔는데요. 이번엔 이를 막기 위해선 북한의 의지 외엔 다른 방안은 없는 겁니까?
강인덕 전 장관) “제재 조치를 절대로 풀면 안 되겠지요. 강한 제재 조치를 계속하면서 압력을 넣어 가면서 북쪽에 대해서 하나하나 체크해 가면서, 핵 폐기와 관련된 실행사항들을 검증해 나가야 되겠죠. 단계적으로 간다고 하면 과거에도 '하겠다'고 해놓곤 파기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거든요.”
기자) 그런데 한국 정부는 'CVID'의 반대 개념인 동시적이고 점진적인 접근법을 더 선호하는 거 같아요.
강인덕 전 장관) “지금 한국 정부의 주장이 그런 거지요. 완전히 단 시간 내에 2020년까지 (비핵화) 하려고 해도 실천적인 건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단계적으로 간다고 할 때 이만큼 진전을 시키면, 우리가 뭘 주겠다는 방법이 아니고, 완전히 끝까지 가서 끝날 때 보상을 주는, 그런 방식으로 해야겠죠. 따라서 미국이 생각하는 것과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것에는 온도차이가 있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기자)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체제 안전만 보장되면 비핵화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강인덕 전 장관) “물론 안전조치가 필요한 건 사실이죠. 그러나 전제가 지금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김일성 시대에는 통일 문제를 반미 민족해방 투쟁이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의 날카로운 계급 투쟁이라고 해서 남한을 적화하기 위해 1950년 6.25를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우리 비극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원인 아닙니까? 그 후에는 남북 관계가 남한의 경제가 번영하면서 역전되는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통상 전력에서도 우리가 앞서나가는 현상을 가져왔어요. 게다가 냉전이 종식되고, 북쪽이 고립화되는 현상이 오니까 자구책으로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핵을 가졌기 때문에 긴장이 더 고조되는 것 아닙니까? 따라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의 원인이 북한 핵의 개발에 있기 때문에 이걸 없애면 자동적으로 평화가 오고, 이를 보장해 주는 거죠. 북한의 비핵화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전제 조건이죠.”
기자) 그러나 북한은 쉽게 동의하지 않겠죠?
강인덕 전 장관) “물론이죠. 동의하지 않지만 끈질기게 이를 밀고 나아가야 되는데, 그럴 수 있는 요체는 제재와 압력이죠. 지금 가해지는 제재와 압력을 풀면서 해주겠다고 하면 안 될 겁니다. 이게 단계적 조치거든요? 북쪽이 어느 정도 진전시키면, 풀어달라는 건데, 마지막까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하면 곤란한 거죠. 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걸 서약하고, 포기하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확인돼야만 우리가 줄 수 있는 보장을 줘야겠죠.”
기자) 미국 쪽 입장과 비슷한 것 같은데요. 한국은 아까 말씀하신 온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 “그건 한국 정부나 진보적인 세력은 그렇게 생각하는 지 모르지만, 한국의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안 생각하죠. 그 동안 북쪽의 도발과 대남전략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많이 속았기 때문에 더 이상 속지 말라는 게 우리 보수 진영들의 얘기 아닙니까?”
기자) 그래도 평화적인 분위기가 정착된다는 데 있어서 동의해야 될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강인덕 전 장관) “물론이죠. 우선 평화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건 나쁜 건 아니죠. 그러나 평화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해서 국제적인 제재와 압력이 계속되는데 우리만 남북관계를 개선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인도적인 지원 문제 같은 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 조치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이번 동계 올림픽 때 사람들이 오갔고, 비행기도 배도 오갔고요. 부분적으로 제재 유예적인 예를 만들어 냈단 말이죠. 이를 확대시키면서 남북 간의 경제적인 협력까지 발전시키는 것을 정부가 원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환경 속에서 우리만 앞으로 갈 수 있겠느냐.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자) 그러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재개 문제가 불거질텐데요.
강인덕 전 장관)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 조치와 미국의 제재 조치에 위반될 것 아닙니까? 개성공단에 설사 우리가 들어간다고 칩시다. 달러를 우리가 가지고 들어가야 되겠죠. 그건 금융제재 조치에 걸릴 거 아닙니까? 세컨더리 보이콧에 걸린단 말이죠. 유엔 안보리가 취하는 제재 조치에 더해 미국, 일본, 또 한국의 독자 제재 조치가 전부 다 풀리기 전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가 그렇게 쉽게 원상복귀되지 않겠죠.”
기자) 만약 미-북 정상회담까지 열렸는데, 회담이 실패한다면… 그러니까 비핵화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강인덕 전 장관) “대단히 긴장이 고조되겠죠. 이건 미국이 얘기하는 군사적 옵션이 현실화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죠. 그 동안에는 군사적 옵션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반대했고, 우리도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 때 이를 어떻게 저지시킬까,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명분은 뭘까? 우리가 대단히 찾기 어렵게 되겠죠.”
기자) 북-중 관계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군사적 행동에 대해) 중국의 반발이 있을 텐데요?
강인덕 전 장관) “물론이죠. 저는 압록강, 두만강 국경을 몇 차례 가봤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선 대단히 중요한 국경입니다. 중국 사람이 얘기한대로 자유민주적인 미국의 역량이 온다면 만주지역과 내몽골 지역까지 오픈된다는 걱정을 하고 있어요. 따라서 나는 중국도 북한 핵 만큼은 없애 버리는 데 동의해야 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그래야 이 지역의 안전과 평화가 올 것이고, 그것이 중국의 안전보장에도 유리하지 않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미국과 중국이 북쪽의 핵을 폐기시키는 데 일치된 행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래도 군사적 행동에 중국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강인덕 전 장관) “물론이죠. 그러니까 제재 조치에 동의한 것 아닙니까? 비 군사적 방식으로 어떻게 북쪽의 핵을 제거시킬 것인가. 그 동안 시진핑은 잘 해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북쪽에서 뭘 발표하고 나니까, 또 다시 압록강, 두만강 국경을 통해 제재를 취하던걸 조금씩 푸는 기미가 보여서…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기왕 약속한 거 비군사적 방식으로 북핵을 폐기시키려면 지금 가하고 있는 제재와 압력을 계속 집행할 수 있도록 협력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내셨는데요.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시행한 정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 “나는 햇볕정책에 대해서 국민에게 우리의 대북정책을 알리는 데 햇볕정책이란 말이 적당한 지 모르겠지만, 전략 수행에 있어선 썩 적합한 말이 아니라고 국회에서 발언을 했습니다. 북쪽의 대남 전략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적 도발을 막기 위한 한미 간의 안전보장, 우리의 안보태세입니다. '안보태세를 강화해 놓고 관여를 시작하는 거지, 북한이 변화가 없는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 하에 뭘 준다면, 북한이 받아 먹고 행동을 하면 좋은데, 행동을 안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안 하면 우리는 북쪽의 공산정권의 강화에 기여한 것 밖에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북쪽의 변화 가능성을 하나하나 체크해 가면서 제공해야 된다. 또 반드시 북쪽을 최소한 중국 정도의 개혁, 개방으로 가고 있는 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나아가야 된다. 대규모 경제지원은 맨 마지막에 하는 것이지, 애당초부터 대규모 경제지원해선 안 된다'고 얘기를 했죠.”
기자) 그러면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강인덕 전 장관) “특히 나는 내가 그만 둔 다음에 현대를 통해서 4억5천만 달러, 현찰이 들어가는 걸 보면서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결국은 실패한 거죠. 현찰 4억5천만 달러가 작은 돈입니까? 뿐만 아니고 그 외 경제협력을 하면서 북쪽의 변화를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핵을 더 개발했고, 벼랑 끝 외교에 걸려서 북한이 위협하면 제재 하다가 풀어주고 하는 일이 오늘 날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결국 햇볕정책과 같은 게 북쪽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에 오늘 날 강한 제재를 가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래도 일각에선 햇볕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북한의 도발이 적었다고 말하는데요.
강인덕 전 장관)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자기들이 실제 하는 걸 은폐했다 뿐이죠. 그 때 뭐했어요. 핵 개발에 전력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벌써부터 남북 정상회담 만찬 요리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 “나는 그런 보도를 보면서 어떤 신문과 인터뷰할 때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런 지엽적이고, 극히 선전적인 곳에 눈을 돌리면 본질을 못 보게 된다.' 회담의 본질은 뭡니까? 기본은 비핵화 문제죠. 비핵화 문제에 어떤 진전이 있느냐 문제지, 그런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가 있겠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자) 북 핵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강인덕 전 장관) “한 서너 가지 이야기하지요. 하나는 정권 교체해야 된다, 혹은 붕괴해야 된다, 혹은 압력을 넣어야 된다고 하는데, 저는 과거 25년간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 느끼는 것은 북한이 더 이상 핵을 가져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변화가 됩니다.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전 세계가 핵 개발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김정은에게 주는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역시 제재죠. 강한 제재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남북 대화를 끌어 나가는 거죠. 이만큼 양보했으니까 이만큼 풀어주겠다? 이런 식으로 가선 안 되죠. 흔히 말하는 단계적 접근론 아닙니까? 강한 제재를 계속해 가면서 압력을 넣어서 북쪽으로 하여금 더 이상 피해선 문제 해결이 안된다라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저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강인덕 전 장관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의 전망과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