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 외교 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로 미-북 정상회담이 결국 취소됐습니다. 회담 무산에 따른 양측의 상호 책임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북 관계는 회담 추진 이전 보다 더욱 위험한 긴장 상태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가 결국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사태를 빚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 부상의 담화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을 이유로 들어, 현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선희 부상의 담화가 회담 취소를 직접적으로 밝힌 건 아니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얼뜨기’라는 등으로 강하게 비난했고, 또 미국에 대한 핵 위협에 대해서도 경고했습니다. 최 부상은 펜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리비아의 전철’ ‘군사 옵션’ 등을 거론한 데 맞서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핵 위협을 거론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 이유로 이 위협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앞서 김계관 부상의 담화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상황을 훨씬 더 심각하게 본 것이군요?
기자) 네, 김 부상도 그랬지만 이번 최선희 부상의 담화도 외무성 등 공식 기구가 아닌 개인 이름으로 발표한 건 같습니다. 하지만 최 부상은 이번 정상회담의 실무를 담당한 대미 외교 책임자란 점이 차이가 있고요,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위협적 경고를 담고 있는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진행자) 최 부상의 담화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혀 오지 않았나요?
기자) 네, 첫 고비는 지난 16일 김계관 부상의 담화 때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담화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습니다. 김 부상의 담화는 미국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선 핵 포기, 후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었습니다. 이 담화 이후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개인 이름의 담화를 낸 점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거론하지 않는 `선별적 공격’을 가한 건,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란 조건을 달긴 했지만, 정상회담 재고려 문제를 최고수뇌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한 건, 김계관 부상의 담화 보다는 훨씬 강한 표현이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또다시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태롭게 한 걸까요?
기자) 기본적으로는 `리비아의 전철’을 언급한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최고지도자의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번 담화가 그렇잖아도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에 나온 점입니다. 사실 펜스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는 사흘 전에 이뤄졌는데, 곧바로 대응하지 않고 미-한 정상회담 직후에 담화를 낸 점이 주목됩니다.미국과의 의제 협상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미-북 양측 사이에 회담 무산을 놓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이 벌어질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무의미해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