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첫 공식 반응...“놀라고, 유감이지만 마주 앉을 용의 있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미-북 정상회담 취소 이후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 나왔습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놀라고, 유감이라고 했지만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며 사태 해결 의지를 내비쳤습니다.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은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문에서 “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또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 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 봐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화 추진 재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어 “자신들은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거듭 확인하며 사태 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부상은 이번 미국의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이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북한은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그 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첫 걸음으로써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미북 사이의 관계개선에 있어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성의 있는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결단을 내렸다며,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높이 평가를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이 언급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방식'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면서 이전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습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이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 부상은 이번 취소의 원인이 됐던 최선희 부상의 담화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북한이 보인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을 요인으로 꼽으면서,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을 강하게 비난한 24일 최선희 부상의 담화문을 겨냥했습니다.

최 부상은 당시 담화문에서 “펜스 부통령 등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 넘긴다면 북한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펜스 부통령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며, '얼뜨기'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해 비난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부상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폐기를 압박해 온 미국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미-북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김 부상의 이번 담화에 미국을 자극하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이전보다 훨씬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김 부상은 지난 16일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며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던 인물입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김 부상의 담화문에 대해 “관련국 모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며 한국 정부는 대화의 동력이 지속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