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사이 50만 달러 상당의 컴퓨터와 전자기기들이 미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됐다고 미국의 한 정보 분석 업체가 밝혔습니다.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의 컴퓨터와 기술들이 미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동원됐다는 지적입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미국산 컴퓨터와 관련 기술이 사용된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정보분석업체인 레코디드퓨처는 6일 “북한은 인터넷 작전 부문에서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프리실라 모리우치 레코디드퓨처 선임연구원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7년 사이 미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컴퓨터와 전자기기는 48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미국 상무부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대북 컴퓨터와 전자기기 수출은 지난 2014년 한 해에만 약 21만 6천 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좋은 성능의 컴퓨터 한 대 가격을 500달러로 잡으면 2014년에만 350대 이상의 컴퓨터가 북한에 수출됐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 국가안보국(NSA) 동아시아 태평양 사이버 안보 담당관을 지낸 모리우치 연구원은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북한 지도부의 컴퓨터 사용 현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모리우치 연구원은 북한으로 수출된 품목들은 컴퓨터를 포함해 관련 기기들인 프린터와 모니터, 저장 기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이 수치들은 합법적으로 북한에 수출된 제품만 포함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북한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한 컴퓨터와 관련 기기들은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어떻게 서방 세계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게 됐는지에 대한 의문에 약간의 답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현재 윈도우 운영체제와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등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사이버 작전 중 대다수는 북한 외부에서 이뤄지지만 북한 내에서 진행된 사례도 있다”며 “앞서 언급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기술들이 불안정을 초래하고 파괴적인 북한의 사이버 공작을 가능하게 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는 것 역시 도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 미국산 컴퓨터가 정확히 어떻게 수출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이란과 거래하다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업체 ZTE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보고서는 ZTE가 미국산 컴퓨터와 관련 기술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최근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제력이 강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거대 기업이라면 미국의 수출 통제법과 제재를 위반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현재 미국의 수출 통제법과 제재의 한계를 소개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됐고 이에 따른 제재 조치를 받고 있지만 기술 수출을 막는 데에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겁니다.
또한 현재 제재는 미국의 원조와 국방 관련 물품, 그리고 이중용도 품목에 집중돼 있어 컴퓨터나 관련 기술들의 수출을 규제할 방안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들에는 대북 사치품 수출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사치품에 대한 해석 역시 국가별로 편차가 있다는 점 역시 한계로 꼽았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