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미북회담 승자는 북한…연합훈련 중단은 곧 쌍중단 수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사상 처음 열린 미-북 정상회담의 상징적 측면에 의미를 두면서도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한 실망스러운 만남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은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고 승자는 결국 북한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한 연합훈련 중단 발언은 이른바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모든 세부 사안을 담고 있진 않지만, 중요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the joint statement isn’t totally specific on all the issues so I thought the joint statement was good. It talks about comprehensive or complete denuclearization and it talks about the improvement of US and DPRK relationship and returns of POW MIA from North Korea.”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 한국 전쟁 참전 미군에 대한 유해 발굴 송환 등을 언급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성명을 북한과의 과거 합의보다도 일반적이고 모호한 문건으로 규정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시기와 방식이 명시되지 않은 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re has to be some disappointment that there was no clarity, time frame coming from North Korea side on when and how they will give up their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I much prefer meeting that commit to their right objectives than bombastic rhetoric, but at the end of the day, we are still looking for the material progress and we all have to wait for that again.”

과장된 문구를 남발하는 것보다는 올바른 목표를 약속하는 회담을 훨씬 선호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진전이며 여전히 이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또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기대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We had hope that the summit would put a little flashy on the commitment that as we understood from North Koreans to stop the threat that their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posed to ROK, Japan and US, but we really didn’t get that from this meeting.”

다만 “장황한 설득이라도 항상 전쟁보다는 낫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과 북한 정상간의 첫 만남이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과의 어떤 과거 합의도 이번 공동성명보다 모호하고 약한 것은 없었다면서 너무나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it is extremely disappointing, the most important one on denuclearization was included in Sept. 2005 joint statement that was stronger, the document 13 years ago.”

특히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회담은 외교적으로 북한의 승리이며, 미국은 첫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이라는 무리수를 두고도 얻은 것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 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 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김정은 위원장을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승자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This has been the win for Kim Jong Un, North clearly gained more. The North gained legitimacy, respects and the still have nuclear weapons. It’s going to see potentially end of US exercise, It has already seen the weakening of the sanctions.”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으며, 잠재적으로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제재도 이미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미-북 정상회담 이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보 전문 미국 민간기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처럼 구체적이지 못한 북한과의 합의문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 연구원] “It’s troubling, because North Korea doesn’t view an agreement as an in state of negotiations. For my discussions with North Korean Senior defectors, they will tell you for North Korea on agreement as midpoint in negotiations. It gets you a solid bases from which you can then try to manipulate your opponent and smart player will cheat as needed in order to get what he wants which is what North Korea has historically done.”

특히 전직 고위 관리 출신 탈북민들을 인용해, 북한은 최종 합의문을 협상의 중간 지점으로 간주하고 상대를 조종하는데 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So this agreement is really about ‘freeze for freeze’ when you combine it with President Trump saying that he will cancel the exercise.”

세부 내용이 없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번 공동선언과 결합하면, 결국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지적입니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의미합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실제로 미-한 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억제력을 떨어뜨려 국가 안보를 훼손하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굳건한 미-한 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 연구원] “If we don’t conduct training, the forces are no value to deterrence and it will damage to our national security. To not have 28,500 US military troops able to train that weakens the alliance, and that’s what North Korean wants. The fundamental question is that do we believe that Kim Jong Un has given up the strategy which is the use of subversion and use the force to unify the peninsula under the North Control. The key to that strategy is splitting the rock US South Korea alliances.”

클링너 연구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쌍중단’ 제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US always has rejected it, because it will degrade allied deterrence and defenses capabilities, and really it is sort of unilaterally take embracing one half of North Korea’s freeze for freeze proposal which the US has always rejected, and also President has describe them as ‘wargames’ and‘provocative’ and US always has rejected those terms because North Korean use them.”

미국은 ‘쌍중단’ 이 동맹국간의 전쟁 억제와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언제나 이를 거부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미-한 연합훈련을 ‘전쟁연습’, ‘도발행위’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사용해온 용어로 미국은 그런 표현을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는 겁니다.

반면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s one of the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that the President put out there by saying we will suspend the joint military exercise as long as the negotiation is going forward in a good positive way. So personally I am not concerned.”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대통령은 협상이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는 한 연합 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면 훈련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만큼,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