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한의 적십자회담이 내일(22일) 금강산에서 열립니다. 이산가족들은 이번 회담에 기대를 걸면서도 생사 확인부터 순차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산가족 5만7천 명의'한'을 언급하며 이번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북측과 인도주의 제반 문제, 특히 이산가족 5만7천명의 한을 푸는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을 가서 잘 하고 오겠습니다.”
남북 적십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박 회장은 21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출발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8·15 전후로 (북측과) 이산가족 상봉 또는 인도주의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고, 그 일환으로 제가 가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박 회장과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 등으로 대표단을 꾸린 한국 정부는 이날 강원도 고성에서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인 22일 북측 금강산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박 회장은 “결국은 인도주의 원칙에 의한 협업사업인 만큼 북측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남북한은 지난 4월27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적십자회담 개최와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여는 데 합의했었습니다.
다만 북측은 회담 하루 전날인 21일까지 대표단 명단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박 회장은 “아마 사무적으로 바쁘니까 그럴 것”이라며 22일 적십자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이번 적십자회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들이 협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양측이 상봉 행사 외에 전면적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고향 방문 등을 북측에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북측이 지난 2016년 집단탈북한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송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내 이산가족으로 알려진 5만7천 명은 1980년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약 13만 명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대부분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고령으로 사망한 겁니다.
현재 남아 있는 이산가족들도 85.6%인 4만8천703명이 70세 이상입니다. 그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 사는 약 20차례 열렸고, 이 중 실제 상봉을 한 가족은 2천여명에 불과합니다.
'남북이산가족협의회' 김경재 회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이달 초 'VOA'와 만나 이전과 같은 방식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 회장은 남북 적십자회담을 하루 앞둔 21일에도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경재 회장] “한 100 사람씩 금강산에서 만나는 이벤트식 행사를 하지 말고, 내일 남북이 만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부터 진행해 주시고, 그 다음에 만난다든지, 차후에 해야 하지 않나...”
사단법인 '1천만 이산가족 위원회' 최은범 고문도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들이 매년 3~4천 명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고향이라도 가 보고, 소식이라도 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최은범 고문] “이번에는 남북에 흩어진 1천만 이산가족들의 전면적 생사 소재 확인, 그걸 먼저 해서 서신 교환을 하고, 상호 방문이나 상봉을 하고 마지막으로 자유 의사에 의한 결합을 하는 것이 남북 적십자회담의 본래 의제였거든요.”
최 고문은 또 남측에서 '방북 성묘단'을 구성해 추석과 설마다 북에 찾아갈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길 희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성에서부터 시작해 이후에는 황해도와 평안남북도, 함경북도 순서로 이런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함경북도 명천군이 고향인 최 고문은 지난 1948년 15세의 나이로 월남해 현재는 100세가 넘은 부모님과의 상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 고문은 4.27 판문점 선언의 내용이나 전반적인 한반도 분위기로 볼 때 이산가족 문제가 과거와 다른 해법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