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군부에 외화를 벌어주는 미군 유해 송환을 좋아한다고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지적했습니다. 2007년 북한에서 미군 유해 7구를 가져왔던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6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과거 미국은 유해 한 구당 7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해 송환은 돈 문제가 돼선 안 된다며, 나머지 5천 여 구의 미군 유해의 송환도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를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이 바로 이뤄지진 못했는데요. 지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 약속을 바로 지키지 않는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등 실질적인 문제들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급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미군 유해 발굴 프로그램에 북한에 돈을 대가로 지불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유해 송환뿐 아니라 핵 보유량 신고를 비롯한 비핵화 문제 등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한 많은 것들을 지연시켰습니다. 신뢰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죠.
기자) 과거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해 지불 문제가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였습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미군 유해 송환 작업은 미국과 북한 군 당국간 프로그램으로, 북한이 송환하는 유해 1구당 미국이 돈을 지불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미-북 관계가 틀어져 미군 유해 발굴 작업도 중단됐습니다. 그래서 미군 유해는 단 한 구도 송환되지 못했죠. 그런데 2007년 부시 행정부 시절, 북한은 이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싶다며 북한을 방문한 저에게 미군 유해 7구를 인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유해 송환에 대한 상호 조치로 프로그램을 복원하지 않았습니다. 미-북 관계가 나빠져 이 프로그램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던 것이죠.
기자) 2007년 유해를 인도 받을 당시 북한이 미국에 돈을 청구하진 않았나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이 돈을 요구하진 않았습니다. 선의의 제스처로 유해를 인도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단 한 가지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군 유해 발굴 작업 재개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면서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유해 발굴을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고요.
기자) 북한이 선의의 제스처까지 취하면서 미군 유해 발굴을 재개하고자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도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해 한 구당 돈을 대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정확한 연도와 숫자는 확실치 않지만 제가 기억하기로 북한이 이 작업을 통해 미군 유해 한 구당 받는 금액이 약 7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유해 송환 대가로 북한 군부에 외화를 안겨 주기 때문에 북한이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미군 유해 송환은 돈 문제가 돼선 안 됩니다.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은 미국과 미군 당국, 그리고 한국전 참전 미군 가족들에 대한 선의의 제스처가 돼야 합니다. 정치의 일부가 돼서도 안 됩니다.
기자) 대표로 계신 ‘리처드슨센터 포 인게이지먼트’ 측과 함께 유해 송환을 위해2016년 방북했던 리처드 다운스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가족연합회장이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당시 북한이 미국 정부에 유해 송환을 인도적 제스처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거절해 유해 송환 기회를 놓쳤다고 했습니다. 사실인가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미군 유해를 받아오기 위한 저희의 방북을 승인했었습니다. 저희는 그때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워 석방을 위한 협상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북한에서 돌아왔을 때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 새 행정부가 들어서 미 정부는 큰 전환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트럼프 전용기를 북한에 보내 미군 유해를 인도 받는 식의 제안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행정부도 지도부 전환에 정신이 없었던 상황이라 이 문제를 처리할 경황이 없어 성사되지 못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기자)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을 대가로 받은 돈을 핵,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사용할 우려는 없습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핵, 미사일 자금으로 사용될 것 같진 않습니다. 미군 유해 송환을 대가로 받는 돈은 액수가 매우 작습니다. 군대 공급품과 군복 등 군 지출을 위해 사용되는 돈이지 핵,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로 전용되기엔 액수가 너무 적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유해를 파낸 뒤 다시 묻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요.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을 우려해야 합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우려해야 합니다. 과거에도 일부 유해가 부적절하게 섞였다거나 일부 유해는 사람의 유해가 아니라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 북한이 저에게 유해 7구를 인도했을 때는 신원확인이 적절하게 이뤄졌었고 유해들도 관에 제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경험한 바로는 뼈도 뒤섞여 있고 동물 뼈도 담겨있는 등 문제들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보단 미 국방 당국의 감식을 신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유해 200구에 대해서만 얘기하지만 나머지 5000여 구의 유해도 가족들 곁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반대 급부로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항상 관건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세 명의 미국인 억류자들을 데려올 때 북한에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1990년대 하원의원 시절 방북 당시 억류자를 데려오실 때 북한이 돈을 요구하진 않았나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당시 제가 억류자들을 데려왔을 때는 어떤 지불도 요청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미국인 억류자들의 경우 북한은 이들을 협상카드로 이용했습니다. 북한은 대가로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지미 카터 대통령,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 등 저명 인사들이 직접 북한에 와서 억류자들을 데려가도록 요구했죠. 북한이 억류자 문제를 협상카드로 이용한 겁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에 미군 유해 송환 문제도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당연합니다. 북한은 억류자 석방과 유해 송환과 같은 문제들을 언제나 협상카드로 활용합니다. 항상 상대방이 먼저 첫 조치를 취하길 요구하고, 자신들이 해야 할 조치는 미룹니다.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수법이죠. 북한이 긍정적인 비핵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먼저 중단한 건 실수였다고 봅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3~4주가 지나도록 회담에서 약속한 어떤 조치도 아직 취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북한과 협상해본 경험에 비추어볼 때 행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계속 미루면서 상대방을 묶어 놓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북한은 다른 서방 국가들과 같은 방식으로 협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비민주적이고 개인숭배와 같은 전체주의 지침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들만의 이상을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 그리고 한국과 더 나은 관계를 갖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상과 목표 아래서만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북한은 체제 안전을 위해 일부 핵은 계속 보유하고 싶어 할 겁니다.
지금까지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로부터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한 북한의 의도와 미-북 협상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