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이번 방북은 북한이 비핵화할 의도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밝혔습니다. 현 상황에 부담을 가져야 하는 쪽은 북한이지만, 이미 많은 카드를 사용해 버린 미국으로선 제재 압박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이 세 번째 방북 일정을 마쳤는데요. 일각에서는 ‘빈손’으로 떠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폼페오 장관이 복잡한 상황을 양손에 가득 담은 채 평양을 떠났다고 봅니다. 원했던 결과가 아닐 텐데요. 폼페오 장관의 임무는 미-북간 비핵화 합의의 기초 단계를 시작한다는 매우 명확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내지 못했습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폼페오 장관이 비핵화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에 북한이 분노로 대응했다는 점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은 미국이 강도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이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비핵화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진지한지 확인하는 북한의 전술적 행동이었다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한 것 같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비핵화 문제를 제기했으나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번 방북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열린 첫 번째 고위급 양자 회담이었는데 북한이 이런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비핵화하는데 진지하지 않다는 많은 사람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신호였다고 봅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은 비핵화할 의지가 없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겠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만남이 이뤄지기 전에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그렇게 했죠.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우선 과제가 있는 겁니다. 미국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은 최소한의 행동만을 하려는 목적입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이 회담 이후 짜증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 몇 번 나타났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하는 말에 신경을 쓰면 자기는 미쳐버릴 것이라는 발언도 했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매우 이상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폼페오 장관을 개인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이런 성명에 대해 반박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었지만 언론을 공격한 것은 이상했다고 봅니다. 언론은 북한이 발표한 것을 보도한 것뿐입니다. 비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북한이어야 합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은 북한이 베트남 식의 기적을 이뤄낼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봤습니다. 북한과 협상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는 북한을 다른 국가와 절대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북한은 매우 나쁘게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리비아나 이라크, 이란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북한은 크게 화를 냅니다. 북한은 자신들을 다르게 대해주길 바라며 만약 다른 국가와 비교한다면 자신들은 베트남이나 리비아, 그리고 이라크가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의 방북 이후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끝없는 협상만 남은 걸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누군가 한 발 물러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비핵화에 매우 진지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북한 역시 비핵화를 논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입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국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작은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저는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지금 부담을 가져야 하는 쪽은 북한입니다. 북한의 지도자는 6월 12일 미국의 대통령과 만나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내용이 부실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죠. 북한은 이제 와서 비핵화를 논의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북한은 그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상회담의 목적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죠. 북한은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라는 겁니다.
기자)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소진되어 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미국은 벌써 많은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우선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는 큰 양보였습니다. 미국은 북한 지도자가 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한 번도 허락한 적 없습니다. 또한 미국은 독자적으로 미-한 군사훈련을 중단했으며 이는 북한에 큰 선물이었습니다. 북한의 용어인 도발적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용어인 한반도의 비핵화를 사용했는데 이는 비핵화를 뜻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를 계속해서 칭찬하기도 했죠. 이 모든 것들은 압박을 가하는 노력을 약화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벌써 제재 완화를 논의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을 더 가하고 싶겠지만 어려울 겁니다. 북한의 위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국제사회에 어떻게 강력한 조치를 가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추가 압박이나 제재, 군사 옵션을 가하도록 촉구할 위치가 아니라는 겁니다. 어려운 위치에 빠졌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국이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가장 우선 해야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현재 과정은 비핵화를 다루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게 목표이지 다른 모든 것은 중요도로 봤을 때 부수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거죠. 이를 통해 북한 지도자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겁니다. 만약 북한이 이를 위한 협상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북한에 했던 긍정적인 평가를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계속 종전선언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북한의 오랜 목표는 미-한 동맹 파기,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핵우산의 폐기입니다. 북한은 이를 이뤄내기 위한 전술을 여러 번 바꿨는데요. 현재 전술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평화 협정 등을 체결하는 것 같습니다. 평화 협정이나 평화 선언이 이뤄지면 주한미군의 정당성이 약화되죠. 최근 북한 성명이 미국이 평화 협정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과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모두 문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기자) 둘 중 어떤 게 먼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네. 미국의 입장은 평화 선언이나 평화 협정까지도 가능은 하지만 최우선 과제는 비핵화라는 점이었습니다. 북한의 입장은 정반대였죠. 저희는 아주 가파른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론 계속 노력해봐야겠죠. 미-북 정상회담 이후 이뤄진 첫 번째 만남의 결과에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하지만 좋은 뉴스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미국이 명확하게 알게 됐다는 겁니다. 북한의 의도에 비핵화는 당연히 없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로부터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