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의 최근 발언은 북한 측 입장과는 극명하게 다른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최고 지도자 간 소통이 양측의 간극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 건가요?
기자) 볼튼 보좌관의 발언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이 취한 조치는 합의 이행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지적입니다. 가령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의 경우, 정상회담 이전의 조치이고, 그나마 국제 검증단이 참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는 겁니다. 볼튼 보좌관은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를 잘 이행하고 있는데 북한은 아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면 북한의 비핵화 관련 조치들은 모두 6.12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졌네요?
기자) 맞습니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이 모두 정상회담에 앞서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과 시험발사를 위한 서해위성발사장 폐쇄는 정상회담 이후 시작됐지만, 참관단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볼튼 보좌관의 관점에서는 유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한국전쟁 미군 유해를 송환한 건 정상회담 이후 아닌가요?
기자) 유해 송환은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한 것이지만 비핵화와는 무관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볼튼 보좌관은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과 새로운 관계 수립 약속의 이행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비핵화와 관련해 다음 조치를 취하는 건 북한의 순서가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한 게 없기 때문에 가령, 북한이 주장하는 종전 선언이 가능하려면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에서 볼튼 보좌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요?
기자) 미국 언론들이 인용하는 행정부 관리들의 견해도 대체로 볼튼 보좌관과 다르지 않습니다. 해리 해리스 한국주재 미국대사 역시 지난 2일 서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와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 움직임 등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전 선언이 이뤄지려면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상당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정상회담 이후 미-북 간 핵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같군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은 비핵화만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들을 균형적,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미군 유해를 송환했으니 이제 미국이 행동에 나설 차례라는 건데요,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7일)도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신뢰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무선의 최고 책임자인 볼튼 보좌관의 인식은 현저히 다른 겁니다. 볼튼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유해 송환에 대해서도, 협상 없이 오래 전에 돌려줬어야 했다며 평가절하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수뇌부의 의도와 다른 시도가 표출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실무선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고, `단계적, 동시적’ 조치에도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미-북 간 후속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한 소통 등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