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셉 윤 전 국무부 특별대표] “미북, 신뢰 구축으로 협상 교착 풀어야…비건 특별대표 적임자”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미국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전향적인 신뢰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밝혔습니다. 미-한 양국이 속도 차를 보이는 대북 경협과 관련해서는,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두 나라 간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스티븐 비건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적임자로 평가하고,북한과의 구체적 협상에 돌입하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안소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왜 취소됐을까요?

윤 전 특별대표) 지난달 방북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핵화에 관한 실질적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본거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 모두 또 빈 손으로 돌아 오느니 차라리 방북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겁니다.

기자)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 편지’가 방북에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윤 전 특별대표)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메시지는 한결 같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을 미 행정부가 고수하지 않는 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북한은 미국이 말하는 ‘선 비핵화’에 동의한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미-북간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가 구축되면, 그 때 비핵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입니다.

기자) 그럼 북 핵 협상이 현재 어디까지 와 있다고 보십니까?

윤 전 특별대표) 아무 진전이 없는 상황이죠. 너무 고위급에서 진행되고 있고 양자 대화만 이뤄지고 있는데, 그나마 비핵화를 목표로 한 진지한 대화도 아닙니다. 이전처럼 6자회담, 4자 회담, 혹은 이란 식 ‘P5+1’ 협상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기자) 입장 차가 커서 교착상태가 길어지는 것 같은데요.

윤 전 특별대표) 미국과 북한은 뭔가 신뢰 구축 방안을 시작해야 합니다. 동시에 외교의 폭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예를 들어 두 나라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협상을 시작하는 겁니다. ‘소규모 대사관’ 역할을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일단 미국도 양국 관계를 형성할 의지가 있다는 뜻을 내비칠 수 있습니다.

기자) 한국도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윤 전 특별대표) 유엔 대북 제재에 위배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북한에 외교 공관을 두고 있습니다. 영국,스웨덴, 독일, 인도네시아 등인데, 모두 유엔 회원국들입니다. 그럼 이 나라들이 모두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일까요?

기자) 한국 정부의 남북 경협 속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과 미국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십니까?

윤 전 특별대표) 물론 아닙니다. 너무나 다른 한국과 미국의 대북 경협 속도는 더욱 도전적인 요소가 될 겁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빠르고 신속한 경제 협력 사업을 원하지만 미국에게는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국이 간극을 좁히고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미-한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국무부 재직 당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신 걸로 압니다. 공교롭게도 은퇴 이후에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네요.

윤 전 특별대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고,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났던 일련의 움직임은 아주 바람직합니다. 다만 ‘실무급’ 협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급’ 만남이 이뤄진 게 우려스럽습니다. 고위급 회담이 주를 이루고, 실무급 접촉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기자) ‘톱다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거군요.

윤 전 특별대표) ‘톱다운’ 접근이 어느 정도까지는 작동하지만 정상급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가령 두 대통령이 매주 만나 협상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사실 이 때문에 북한이 계속 제동을 거는 겁니다.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왜 아랫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하느냐는 식으로요.

기자)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이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됐는데요.

윤 전 특별대표) 아주 훌륭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그 자리에 적합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자질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 또 국무장관과 얼마나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느냐입니다. 그게 비건 특별대표가 갖고 있는 장점이죠. 워싱턴 정가와 정치적으로 아주 밀접하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인데, 국무부에는 북한 전문가들이 많고 그들과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가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그가 잘 해 낼 것으로 낙관합니다.

기자)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윤 전 특별대표) 지금까지는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 핵 협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과정에 접어들면 달라질 겁니다.어떻게 비핵화 절차를 밟아 나가고 평화협정 체결을 이룰지 등 북한과의 협상은 긴 여정이 될 겁니다. 국무장관이 장기간의 협상을 계속 주도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윤 전 특별대표)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중요합니다.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밟는 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럼 종국에는 비핵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기자) 결국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개혁, 개방을 유도해야 할 수도 있을까요?

윤 전 대표) 좋은 대안이 아닙니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와 역량, 운반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인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자)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에겐 어떤 옵션이 남습니까?

윤 전 특별대표) 미국이 북한을 무시하는 정책을 펴게 될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말이죠. 북한을 쳐다보지 않거나 또 다른 옵션은 다시 ‘최대 압박’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기자) 중국이 이전처럼 협조할 수 있을까요?

윤 전 특별대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때문에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미국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원합니다.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또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지 않고 친중국 관계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비핵화를 이루려 합니다. 때문에 중국은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해도 문제 삼지 않는 겁니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긴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과 협상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윤 전 특별대표) 저의 좌우명은 늘 ‘대화하는 것이 대화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라는 겁니다. 그리고 대화를 중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 번째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전쟁은 진지한 옵션이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사 공격은 답이 아닙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부터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