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규모의 한국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이 오는 11월 북한을 방문하는데 남북한이 공감했다고, 대한적십자사가 밝혔습니다. 또 10월 말 이산가족 추가 상봉 행사에 대해서도 북한 측과 긍정적인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대한적십자사의 박경서 회장은 29일, 오는 11월에 500명 규모의 한국의 이산가족이 고향인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금년 11월 중에 한 번 잘 준비된 2박3일의 고향방문단을 500명 정도로 하는데 서로 긍정적인 협의가 이루어졌어요.”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금강산에 머무르다 지난 26일 서울로 돌아온 박 회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과의 협의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측과 긍정적인 협의를 했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대한적십자사 실무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상당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회장은 고향방문단이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옆에 설치될 망배단에서 조상을 기리는 의식을 치루고, 이어 온천장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 저녁에는 북한 가무단의 전통음악과 춤을 감상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 측과 상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그 다음에 삼일포를 다시 개장해서 해금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금강산을 산보를 하고 이런 식으로 2박3일이 아주 알차게 짜여지거든요. 그런 프로그램까지 상의를 하고 왔어요.”
박 회장은 1년 전 취임 이후 만난 많은 이산가족 대표들이 적은 수의 인원이 참석하는 상봉 행사 이외에 고향 방문을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한적십자사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고향 방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산가족 5만 3천여 명이 상봉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이같은 계획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지금은 북한의 도로와 교통편이 미비하기 때문에 이산가족들이 본인의 고향에 직접 가지 못하고 대신 금강산을 방문하게 되지만, 이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1월 고향 방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후 고향방문단 방북을 금강산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이 프로그램이 잘 되면 내년 봄부터는 내 생각인데, 고향방문단 평양 2박 3일도 저는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박 회장은 해마다 약 4천 명의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는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고향방문단의 방북이 성사되면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박 회장은 10월 말쯤에는 추가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금년이 가기 전에 11월 초를 넘기지 말고 10월 말에 (추가 상봉을) 다시 한 번 하기로 긍정적인 협의를 했고요.”
박 회장은 실제로 추가 상봉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VOA'의 질문에, 가능성이 없으면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통일부가 내년 예산에 반영한 대면상봉 6회, 고향 방문 3회도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박 회장은 이번에 북한 측과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화상상봉, 성묘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북한 측에서는 계속 연구해 나가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한꺼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가능한 선에서 가장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생사 확인을 가장 시급한 일로 꼽았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최우선의 과제는 결국은 근본적으로 생사가 확인이 돼야 해요. 그것은 계속해서 내가 노력을 할 것이고...”
박 회장은 현재 한국은 이산가족들의 모든 정보가 다 정리돼 있지만, 북한은 아직 생사 확인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생사 확인을 위해 북한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대답하기 이른 문제지만 북한의 요청이 있다면 들어보고 필요하면 대한적십자사 차원에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박 회장은 지난 26일 끝난 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많은 부분에서 성의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예를 들며 3년 전 까지 모든 상봉 행사에서는 국경을 넘으면서 세관 검사를 하잖아요. 그런 것이 3-4 시간 걸리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수가 많음에도 1시간 10분에 다 끝내 버렸어요. 또 연로한 이산가족들, 벌써 70 이상 되시는 분들을 버스에 다 그대로 두고 짐만 간단하게 검사해 준다든지, 이산가족을 가족끼리 방에서 같이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든다든지...”
박 회장은 북한의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의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이산가족단체들은 통일부에 등록된 상봉신청자 13만2천명 가운데 상봉 행사를 통해 실제로 가족을 만나 본 사람은 1.5%에 불과한 2천여 명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100명 씩 간헐적으로 상봉을 하게 되면 모든 이산가족들이 만나는데 수 백 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면상봉의 정례화와 상시화, 규모 확대, 서신 교환, 고향 방문, 화상상봉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