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러멘디 하원의원] “강력한 주한미군 계속 지원…비핵화 진전 위해 평화협정 논의해 볼만”

존 개러멘디 민주당 하원의원.

미 의회는 강력한 주한미군을 위해 예산 지원을 계속하고, 대북 제재를 유지∙강화할 것이라고 존 개러멘디 민주당 하원의원이 밝혔습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개러멘디 의원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 의회의 대북 정책과 입법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며 핵 개발을 계속하려는 김정은과의 협상에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북 핵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 위해선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시도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개러멘디 의원은 1995~1998년까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내무부 부장관을 지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석 달이 지났는데요. 그 동안 북한 문제에 진전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개러멘디 의원)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5~8개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며 핵 무력을 늘리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더 이상 북 핵 위협이 없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대북제재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제제 체제 또한 약화됐습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허니문’을 즐길 틈을 많이 갖게 된 겁니다.

기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개러멘디 의원) 미국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더욱 그래야 하고요. 북한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매우 위험한 나라입니다. 북한 지도자는 미소를 띄우고 따뜻한 척 악수를 건네지만 매우 폭력적이고 위험한 독재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매우 영리하며, 친한 척 행동하면서도 고약한 기질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상대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기대 또한 북한 지도부의 현실과 일치되게 조정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뿐 아니라 화학무기 개발에 대한 의도 또한 수십 년 동안 감춰왔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이상 북한은 계속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개러멘디 의원)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 없이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또 하나 좋아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김정은이 장난을 치고 있고 잘못된 곳에서 사랑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협상은 대단히 중요하며 저는 이를 전적으로 옹호합니다. 대북 협상도 생산적일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협상은 매우 신중히 준비돼야 합니다. 무엇을 성취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김정은과 추가 정상회담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개러멘디 의원) 먼저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 시스템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비핵화 로드맵도 마련해야 하고요. 그저 비핵화 약속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합의 규모가 크든 작든,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때 추가 회담을 갖는 것이 적절합니다.

기자) 최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 핵 폐기를 위해 두 정상이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개러멘디 의원) 먼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새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단기 목표에 대한 사전 협상을 하고 장기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협상이 매우 생산적이고 희망적일 수 있는 길 문을 열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정전협정 서명국인 중국과 미국이 과정에 참여하는 남북 간 평화협정은 더욱 어려운 사안인 한반도 군사 문제를 논의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논의에는 한반도 핵 문제도 포함되고요.

기자)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는 누가 돼야 합니까?

개러멘디 의원) 휴전협정에 참여한 미국, 중국, 유엔이 모두 참여할 수 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협상은 한반도 군사 문제를 다루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결국 평화협정은 한반도와 역내 미래에 관한 매우 어려운 사안을 논의할 기회를 만들 겁니다. 미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지만 시도는 해봐야 합니다.

기자)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 비핵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개러멘디 의원)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을 보면, 한국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국가를 별도로 인정하는 형태의 평화협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옛 동서독 사례를 인용하며 언젠가는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과 미국, 유엔, 그리고 북한과 한국이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논의돼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핵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평화협정 논의에 적법한 사안이기 때문이죠.

기자)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미국 입장에선 어떤 조건들이 충족돼야 합니까?

개러멘디 의원) 관련 협상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 포함돼야 하는 사안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무역과 경제 개발 문제, 한반도 군사 문제도 분명히 논의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남북 간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쪽으로 논의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할 테고, 미국은 북 핵과 군사분계선(DMZ) 인근 장사정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생화학 무기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모두 불가피하게 논의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입니다.

기자)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데요.

개러멘디 의원) 미국은 러시아가 한국(한반도)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바란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미국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하는 제 말에는 러시아를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과도 연결되는 문제죠. 저희 동료 의원들은 푸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자국 이익을 위해 국제 외교와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잘 인지하고 대가를 받기 전에 불필요하게 양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기자) 제재 완화는 어떤 시점과 조건에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개러멘디 의원) 제재 유지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북한이 협상을 할 유인책이 되니까요. 따라서 현재 중국과 러시아 등이 시도 중인 대북 제재 완화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반도 문제는 협상을 통해 가장 잘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협상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특정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전쟁은 대북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협상은 진지한 협상과 제재를 통해 진전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 제재가 잘 작동할 수록 북한은 더욱 협상하고자 할 것입니다. 강력한 제재는 중국의 손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미-북 협상이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협상을 지속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북한이 성실하게 협상하도록 제재 유지가 필요합니다.

기자) 현재 북한과 관련해 의회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까?

개러멘디 의원) 그렇습니다. 의회는 한반도와 역내에 강력한 미군 주둔을 위한 예산을 계속 지원할 것입니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재법을 계속 유지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 제재를 더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현 무역 정책에 계속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많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중국이 제재를 견고히 이행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존 개러멘디 민주당 하원의원으로부터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