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 캠페인’의 향배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부 나라들은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토퍼 포드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이번 순방 계획을 발표하면서 북한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대북 압박 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베트남에선 북한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유지하는 데 계속 전념하는 것을 논의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태국에서는 북한의 불법 확산 활동 방지를 위한 협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월의 첫 정상회담에 이어 조만간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지만, 제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한다는 미국의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겁니다.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캠페인’을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8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자국 영토 내 북한 국적자들의 소득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강한 제재 이행 의지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싱가포르는 올해 3월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북한 국적자에게 발급된 노동허가서를 취소했고, 새로운 노동허가서도 발급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태국은 3월에 작성한 이행보고서에 특별한 내용을 담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 말 북한과의 교역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달라진 한반도 정세에도 동남아 국가들의 대북 제재와 압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일부 나라들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 해제 목소리가 나오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유엔 안보리에 제출되는 이행보고서의 숫자가 줄어든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올해 안보리에 제출된 각국의 대북 제재 이행보고서는 모두 100건으로, 지난해 162건에 크게 못 미칩니다.
특히 8월 말 이후 지금까지는 단 한 나라도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대북 제재 완화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상황의 진전과 변화에 맞춰 안보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모든 대화는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이 점진적으로 군축과 관련한 단계를 밟을 때 제재 완화라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북한이 참여하는 세 나라 외교차관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취한 중요한 비핵화 조치들을 고려해 안보리가 대북 제재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제재 해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강경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해, 현 단계에서 제재 해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w, we haven’t removed sanctions, people said what have we done, we haven’t removed sanctions. We have very big sanctions. I would love to remove them but we would have to get something.”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도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제재가 유지될 것임을 거듭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제재가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회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And importantly, we have done so in conditions which continues to give us opportunity to achieve the final goal, that is economic sanction continue to remain in place.”
폼페오 장관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인 4일, 미국은 몽골주재 북한 외교관과 터키인 2명 등을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제재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1일 ‘VOA’에, 제재 완화 혹은 관련 논의가 있으려면 북한이 먼저 고농축 우라늄과 플라토늄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과 다음 단계에 대한 합의를 이루려면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유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제재의 목적은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제재 완화와 북한의 행동을 서로 맞교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