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한 전직 관리들 “김정은, 기회 놓치지 말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이제 나서야 한다고 미국과 한국의 전직 관리들이 말했습니다. 한 전직 고위관리는 VOA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유럽 순방 행보와 평양 선언을 너무 빠르게 이행하려는 움직임에 관해 워싱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대응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긴밀하게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비핵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의 ‘중앙일보’가 공동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의 전·현직 관리들이 촉구한 주요 내용입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대사] “I believe that if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continue to approach to North Korea with….”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접근에 계속 공동의 목소리를 내면 평양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했던 약속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해리스 대사는 지난 일주일 동안 세 차례의 행사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아울러 남북대화는 비핵화 진전과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말을 지적하며 거듭 미국과 한국의 공동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VOA에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북한이 노리는 미한 동맹의 균열 방지와 한국 정부의 평양 선언 이행의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그린 전 선임국장] “We don’t know what will happen with North Korea’s diplomacy, but we do know that no matter what happens we will need a strong the US-Korea alliance…”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양한 표정으로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비핵화에 관해 구체적인 조치가 없고 어떤 외교를 할지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대북 억지를 위해 강력한 미-한 동맹이 필요하다는 것을 해리스 대사가 지적했다는 겁니다.

그린 전 선임국장은 북한 정권이 노리는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불균형이 이뤄져 미-한 동맹 균열에 성공한다면, 북한에 엄청난 승리이자 미국과 한국에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워싱턴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유럽 순방과 평양 선언을 너무 빠르게 이행하려는 그의 움직임에 관해 우려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린 전 선임국장] “There’s some concern in Washington, growing concern that president Moon’s trip to Europe and even his Pyongyang declaration are moving quickly, even too quickly…”

워싱턴에서는 비핵화와 대북지원 혹은 제재 해제를 분리할 수 없다고 보고 있고 미국 의회와 미국인들 모두 이런 분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와 대북지원-제재 해제의 분리를 시도한다면 미국과 한국 사이에 실질적인 긴장이 높아지고 평화를 위한 진전도 약화될 것이라고 그린 전 선임국장은 경고했습니다.

“청와대는 한미 간 조율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워싱턴은 이를 확신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린 전 선임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2차 미북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미국 정부와 의회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하려는 것과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견고하게 보조를 맞출지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한국 외교통상부 차관도 이날 토론에서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며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 관해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의했습니다.

[녹취: 신각수 전 차관] “I think both Seoul and Washington should step with an effective and comprehensive roadmap for the whole process of denuclearization…”

북한 정권이 비핵화에 관해 아직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이 이런 긴밀한 조율을 하지 않으면 북한의 전통적인 살라미 전술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주미 대사를 지낸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은 남북·미북 정상회담의 여러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제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홍석현 전 대사] “It is time for chairman Kim to back up his words with actions. It is time that we…”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무기 일부를 폐기해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선의를 국제사회에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홍 전 대사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조성한 이 천재일우, 즉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김 위원장이 놓친다면 큰 후회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홍 전 대사는 연설 후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석현 전 대사]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북한과 뭔가 만들려고 하고 도우려고 하고 있는데 시간을 놓치지 않고 적어도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구체적인 스텝을 택해줘야지 동력을 잃지 않고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트럼프 자신도 정치적 힘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요. 그가 힘이 있을 때 워싱턴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북한이 취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이란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별 조건 없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장을 마련해줬다는 게 미국으로서는 중요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화답할 차례”라는 겁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 평화 과정의 걸림돌이 아니라 중요한 국제 사안이란 것을 한국인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차 석좌는 특히 워싱턴에 있는 누구도 평화의 개념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평화 과정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I think, from inside in Washington DC, nobody is against concept of peace but it has to be peace in return for …”

차 석좌는 현 상황이 과거처럼 잘못된 협상으로 귀결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미 정부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화와 비핵화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미국과 한국의 조율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