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DMZ에 유엔평화대학 설립 캠페인 시작...평화 구축 성과 창출 기대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DMZ 유엔평화대학교 설립 추진을 주제로 한 ‘2018년 한국DMZ학회 추계학술회의’가 열렸다.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유엔평화대학교를 설립을 추진하는 캠페인이 한국에서 시작됐습니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고 전 세계 평화 확산에도 기여할 장점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DMZ 학회 설립을 주도한 전문가, DMZ를 통해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출신 박사. DMZ에서 30여 년 군 복무를 한 뒤 지뢰제거운동을 펼치는 전문가, DMZ의 생태를 20여 년째 연구하는 연구소장.

비무장지대(DM)와 더불어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 모였습니다.

DMZ에 유엔평화대학교를 설립해 흔들리지 않는 평화 구축의 동력으로 삼자는 게 이들의 공통 목표입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한국DMZ학회의 손기웅 회장은 피로 얼룩졌던 갈등과 분쟁의 상징인 DMZ가 바뀌지 않고는 평화와 화해, 신뢰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DMZ 유엔평화대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손기웅 회장]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세계 제1의 중무장 지대인 DMZ, 갈등과 분쟁의 상징 지역인 DMZ에 평화의 상징인 유엔 산하의 평화대학교를 설립하여 한반도의 평화 회복과 유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평화를 회복, 유지,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평화사관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남북한의 어떤 선언과 합의, 교류 모두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함께 평화를 지키고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구로 DMZ 유엔평화대학교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손 회장은 학교 설립이 유엔의 대북제재와도 상충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실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손기웅 회장] “역대 대통령이 모두가 얘기했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집권 5년을 걸고 시작해야 합니다. DMZ 유엔평화대학교는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 환경부, 국토부, 국정원 등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지가 없이는 실행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 정부가 평화대학만큼은 남은 임기 안에 실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93개 유엔회원국이 해마다 1명의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고 2년제 대학원으로 시작해 학부와 박사과정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손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평화를 강조하는 만큼 학교를 설립할 적기가 지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역대 한국 정부가 추진했던 DMZ 관련 여러 프로젝트가 북한이 수용하지 않아 실패했던 전례를 볼 때 김정은 정권의 호응 여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북한군에 복무 중 DMZ를 통해 한국에 망명한 뒤 한국 내 탈북민으로는 첫 박사 학위를 받은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학 설립에 호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김정은 위원장은 과연 이 DMZ 대학에 대해 오케이 할 것인가? 저는 적극 오케이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물론 DMZ 전반이 평화지대가 되는 것을 북한은 원하지 않죠. 하지만 평화라는 마케팅에 북한이 오히려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옵니다. 그것은 체제 유지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외부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 내부적으로는 한국 TV 드라마 등을 통해 의식이 깨인 북한 엘리트들의 변화 요구 등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 공세를 펴는 김 위원장에게 DMZ 유엔평화대학교는 매력적인 제안일 수 있다는 겁니다.

손기웅 회장은 DMZ 유엔평화대학 설립이 세계적으로 평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치·군사·경제적으로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에 큰 우려를 나타냈던 안보 전문가도 DMZ유엔평화대학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핵·안보 전문가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DMZ유엔평화대학교가 제재는 물론 안보와도 상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우 전 원장] “이 사업은 여야, 보혁,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범국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재정적으로 문제없습니다. 국제 제재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동맹하고 공조를 맞추고 국제사회와도 보조를 맞추면서 남북관계 속도를 조절해 달라고 늘 주장하는 사람인데, 그렇지 않으면 제재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문제는 제재와 아무 관계가 없죠. 경제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안보 문제와 상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 전 원장은 DMZ유엔평화대학을 설립해 전쟁사를 가르치며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의 평화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부지를 전쟁 중 교전이 치열했던 DMZ 내 화살머리고지와 백마고지 인근으로 하면 의미가 더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평화를 너무 강조하기보다 인류 보편적 가치의 실현 차원에서 DMZ 유엔평화대학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승호 DMZ 생태연구소장입니다.

[녹취: 김승호 소장] “평화대학이 설립된다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간 정치적 이데올로기, 정치적 과거의 이야기를 얹어서 평화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아마 수행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소장은 12년 전부터 DMZ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포럼을 이수한 여러 학생이 세계 명문 대학들에 입학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호 소장] “제가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나서 그 아이들이 (명문대에) 잘 가는 것보다는 그 DMZ 라는 공간에서 생명의 존엄성, 순환과정, 생명의 가치를 갖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겠다라는 세계인들의 생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엔과 한국 정부가 DMZ 유엔평화대학교 설립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VOA는 청와대와 통일부에 입장을 물었지만, 24일 저녁까지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유엔은 지난 1979년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1980년에 중미 코스타리카에 평화대학을 설립해 유엔 헌장을 지구상에 실현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손기웅 회장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관건이라며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학교를 통해 지속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학교 설립을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