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선 가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을 농장 축제입니다. 수많은 미국인이 가을만 되면 지역의 농장을 찾아 과일이나 호박을 따고, 건초 더미 마차를 타고 농장을 달리며 가을의 낭만을 즐기죠. 가을이 저물어 가는 지금도 농장엔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데요. 미 동부 메릴랜드의 한 농장을 찾아 가을 축제의 즐거움을 느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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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가을의 낭만과 즐거움이 넘치는 가을 농장 축제”
[현장음: 버틀러 농장]
메릴랜드 저먼타운에 위치한 ‘버틀러 농장(Butler’s Orchard)’. 여기에도, 저기에도 커다랗고 누런 호박 수천 개가 주인을 기다립니다. 호박 따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호박을 직접 따갈 수 있는데요. 버틀러 농장에 호박만 있는 건 아닙니다.
조랑말도 탈 수 있고, 간이 놀이 시설도 있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람들에 인기를 끄는 게 바로 옥수수 미로입니다. 키가 높은 옥수수밭에 만든 미로는 출구를 찾기 무척 어려운데요. 버틀러 농장의 총지배인인 타일러 버틀러 씨는 매년 옥수수 미로에서 길을 잃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타일러 버틀러] “매년 한두 명씩 옥수수 미로에 갇혀서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옵니다. 미로에 들어오긴 했는데, 나가는 길을 못 찾겠다고 도와달라고 전화를 하는 거예요.”
옥수수 미로 만큼 인기가 많은 것은 건초 마차 타기인데요. 원래는 농장의 건초를 실어나르는 마차이지만, 가을 축제 동안엔 방문객들의 이동수단이 됩니다. 이 건초 마차를 타면 큰 호박들이 있는 밭으로 갈 수 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커다란 호박을 들어보곤 깜짝 놀라는데요.
[녹취: 트리스탄 피아자]
트리스탄 피아자 군, 생각보다 호박이 너무 무겁다며 쩔쩔맵니다. 트리스탄 군은 하지만 이 큰 호박을 가져다가 집을 장식할 거라며 낑낑대며 호박을 나릅니다.
버틀러 농장의 규모는 총 120ha에 달합니다. 이 넓은 공간에서 계절마다 갖가지 축제가 열리는데요. 방문객들이 직접 과일이나 채소를 따 갈 수도 있고, 꽃을 꺾어갈 수도 있습니다.
버틀러 농장이 이렇게 방문객을 받기 시작한 건 60여 년 전입니다. 방문객이 직접 와서 과일과 채소 등을 따갈 수 있는 열린 농장이 막 생기기 시작할 때 버틀러 농장도 방문객들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올해 89살인 셜리 버틀러 씨,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남편과 함께 버틀러 농장을 시작한 초대 농장주입니다.
[녹취: 셜리 버틀러] “저는 농장에서 일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특히 아름답게 잘 익은 호박들을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농장을 개방했는데, 방문객들이 무척 좋아하고 또 고마워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갔죠.”
켄 매리엄 씨도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농장을 찾았는데요. 자녀들보다 더 신난 듯했습니다. 매리엄 씨는 버틀러 농장은 온두라스 시골에서 자랐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켄 매리엄] “제가 어릴 때 바로 이런 데서 자랐어요. 그래서 우리 애들도 데려왔죠. 도시를 떠나 자연을 좀 느껴보라고요.”
버틀러 농장은 현재 셜리 버틀러 씨의 손자, 손녀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30대인 젊은이들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거죠. 셜리 씨 손자이자 총지배인 타일러 씨는 호박을 식료품 가게에서만 보는 요즘 아이들에게 버틀러 농장은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타일러 버틀러] “저도 어릴 땐 호박이 넝쿨에서 자라는 건지 몰랐어요. 호박 넝쿨에서 꽃도 피고 뿌리도 있죠. 아이들이 호박을 직접 보고, 만지고 또 따보면서 호박이 어떻게 자라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커다란 호박을 딴 트리스탄 군의 엄마, 크리스털 피아자 씨는 이렇게 가을 농장을 찾는 게 집안의 전통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털 피아자] “제가 어릴 때, 우리 부모님이 매년 저를 이 농장에 데려오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이렇게 자녀들을 데려오고 있고요. 나중에 우리 애들이 커서 계속 이 지역에 살고 있다면, 우리 애들 역시 자기 자녀들을 이 농장에 데리고 올 수 있겠죠?”
많은 미국인이 가을이면 농장을 찾고 있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농장도 꽤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틀러 농장은 매년 가을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 가을의 낭만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보스턴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
미국에 식당이 몇 개나 될까요? 무려 65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식당이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해서 새롭게 문을 여는 가게도 많지만, 문을 닫는 가게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그런데 미 동부의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가면 20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Union Oyster House)’를 찾아가 보죠.
[현장음: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
보스턴은 미합중국의 태동지로 불릴 만큼 역사적인 도시입니다. 그만큼 역사적인 장소와 건물 그리고 식당도 많죠. 특히 1826년에 문을 연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는 보스턴의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으로 지난 2003년, 국립역사기념물에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든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는 굴을 비롯해 가재와 조개 등 해산물 요리를 파는 식당인데요. 식당의 간판은 빛이 바랬지만, 식당 내부는 여전히 매일 수많은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녹취: 리코 디프론조] “미국의 오래된 식당들 가운데는 시간이 흐르면서 문을 닫거나 장소를 옮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식당은 200년 가까이 같은 장소를 지키고 있고요. 영업을 중단했던 적도 없습니다.”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의 조리장, 리코 디프론조 씨는 식당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는데요. 식당에서 파는 메뉴 역시 1826년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습니다.
매일 아침이면 신선한 바닷가재가 가게로 배달되는데요. 디프론조 씨의 손에 요리되기 전 식당에 마련된 특수 어항에 보관됩니다.
오랜 역사와 명성이 있는 식당인 만큼, 식당을 찾는 손님들 또한 유명인이 많습니다. 보스턴이 고향인 미국의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워싱턴에 입성하기 전까지 이 식당의 단골로 18번 테이블에 앉아 늘 식사를 즐겼다고 하네요.
또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3년 전 이 식당을 찾아 인기 메뉴인 클램 차우더를 맛있게 먹고 갔다고 합니다. 클램 차우더는 다진 조개와 크림, 감자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스프로, 디프론조 조리장은 뉴잉글랜드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리코 디프론조] “우린 전통적인 방식으로 클램 차우더를 끓입니다. 뉴욕에선 클램 차우더에 토마토를 넣기도 하는데 그건 전통 클램 차우더가 아니예요. 뉴욕 지방에선 우유 크림보다 토마토를 더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전통적인 클램 차우더는 이렇게 하얗고 걸쭉합니다.”
디프론조 조리장은 요즘은 해산물을 취급하는 식당들도 많고 요식업계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미국 어디에도 200년간 미국의 역사와 함께 한 식당은 유니온 오이스터 하우스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