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제재, 압박 유지 시사…미-북 협상 영향 없을 것”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이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가한 것은 비핵화 전까지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미 전직 관리들이 풀이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며, 비핵화 협상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 무기 조정관은 미국이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은 비핵화 진전이 있을 때까지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Trump administration continues to believe that sanctions can produce pressure on North Korea to make concessions. I think that includes pressure over human right issues. So the message for the North Koreans is that the US will continue to build up economic pressures until there’s a progress on denuclearizat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를 통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계속 믿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 관련 압박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전날 북한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와 관련해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 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등 3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10일 북한의 인권 유린과 관련해 특별지정 제재대상에 추가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왼쪽부터). 과거 북한 '로동신문'에 게재된 사진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북한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비핵화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이번 제재 조치들은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논의에 합의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압박을 받을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Recently North Korea has been stalling on engaging with Secretary Pompeo and Special Representative Biegun in discussing denuclearization. So these sanctions are way of reminding North Korea that they would be under further pressure if they don’t agree to discuss the promise that was made on denuclearization. US basically sees sanctions as an effective tool to pressure adversaries.”

미국은 기본적으로 제재를 적국에 압박을 가하는 효과적 장치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인권 제재와 협상 진전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늘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there’s always a question of should the US abandon enforcing its laws or standing up for human right ideally in order to further negotiations with other nations. Back in 2005, some advocated that the US should not implement its laws defending the US financial system over the Banco Delta Asia issue. And since then, there’s on-going debate of whether we should enforce our laws or just allow criminals to use US financial system were turn a blind eye to crimes against humanities such those North Korea is implementing.”

특히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제재 이후로 미국이 법 집행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할지, 아니면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의 금융 범죄와 인권 유린에 눈을 감아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 제재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1일 VOA에, 이번 재무부의 조치는 정부 부처간 충분한 조율 없이 이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have the impression that these things are done without very much coordination within in the US government, and I don’t think it’s going to help but I don’t think it was done a way to create a new problem with them.”

힐 전 차관보는 이번 조치가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과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내린 조치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번 제재 조치가 미-북 대화 틀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alks will go on. I think North Koreans are smart enough to recognize that these later sanctions are purely symbolic. They have no practical effect, because the three North Korean officials don’t have any economic exposures what so ever. And I don’t think that North Koreans really care that much about the symbolic measures as long as it’s not directed against Kim Jong Un himself. I doubt very much that it is going to have much of a consequence one way or the other. Either Helping or hurting on negotiations.”

제재 명단에 포함된 3명은 경제적으로 외부에 노출될 일이 전혀 없는 만큼 실질적 영향을 받지 않으며, 북한도 이번 제재가 상징적 조치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제재가 아닌 한 북한은 이런 수준의 조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어차피 미-북 간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 않다면서, 북한이 대화를 지연시키는 데 대해 미국은 답답해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 제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할지 아니면 분위기를 깨도록 만들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 mood is not very good right now anyway. There’s a frustration in Washington at the stalling by North Korea. So will these additional sanctions prompt the North Koreans to return to the talks or will they spoil the mood? It’s hard to judge how North Korea will respond.”

다만 북한이 올해 초 (미국의 압박에) 반응한 만큼, 제재가 또다시 작동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최근 재무부의 조치는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 I think right now the divergence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n policy towards North Korea are pretty much encapsulate by yesterday’s action.”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 고위 관리 3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반면, 인권 변호사 출신인 한국의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