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국의 계속되는 대북 유화 메시지...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 관심

  • 윤국한

지난 19일 방한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인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다시 협상에 적극 나설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이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부심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내년 초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확인한 마이크 폼페오 장관의 어제(20일)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또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고, 북한 여행 금지 조치도 일부 완화할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을 대북 제재의 예외로 인정하는 데도 적극적입니다. 이에 따라 남북한의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이 다음주 열리고, 내년 초에는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도 진행됩니다.

진행자) 내년에 예정된 한국군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기로 한 방침도 대북 유화책으로 볼 수 있지요?

기자) 앞서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내년 봄 `독수리 훈련’의 축소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한국 국방부는 어제(20일) 이 훈련을 포함한 미-한 연합훈련들의 규모를 축소해 연중 소규모로 실시하는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상적인 훈련만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건 제재 완화 조치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은 어제도 관영매체 논평을 통해 제재 해제가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몇 달 간 일관되게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 역시 확고합니다. 서울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오늘(21일)도 “양자나 독자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이 현재의 교착 상태를 풀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요?

기자)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양측이 타협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경우 포괄적인 비핵화 상응 조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앞서 했던 약속의 맥락에서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이 비핵화 상응 조치에 대해 타협의 여지를 보이면 북한도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뿐 아니라 북한 역시 판을 깰 의사는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미국과 일종의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제재 완화나 해제가 아닌 다른 상응 조치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이에 대해서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과 10월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평양 정상회담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관심을 끌었는데요, 문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경제시찰단 교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상응 조치의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어떤 형태든 상응 조치를 제시하면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북한의 입장에서 중요한 건 `단계적, 동시적’ 이행입니다. 자신들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상응 조치를 미국이 확실하게 약속한다면, 그 것이 반드시 제재 해제가 아니더라도 협상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북-미가 여전히 입장차가 크고 신뢰가 부족하지만 연구와 심사숙고를 많이 해 (전보다 서로를) 더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은 최근 미국의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가했는데요. 협상 재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기자) 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례가 좋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거나, `늙다리 미치광이’라는 등으로 험한 말을 주고받았던 두 정상이 지금은 “사랑에 빠졌다”거나 “매우 신뢰한다”며 서로 추켜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건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국가이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