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북 협상 답보 원인은 불신"

  • 윤국한

지난 7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방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의 협상 답보 상태는 상호 신뢰 결여가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내용과, 이행 시기를 자세히 정한 로드맵 마련이 더욱 중요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열고, 국무장관이 올 한 해 평양을 네 차례나 방문했지만 상호 불신이 여전히 문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핵심 쟁점인 제재 문제가 상호 불신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비핵화가 완료돼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과, 먼저 제재를 해제해야 추가 비핵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북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건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협상 초기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종선 선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측은 서로 종전 선언과 핵 신고의 선후관계를 놓고 맞서다 아무런 타협점도 찾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계속돼 온 양측의 적대관계를 감안하면, 한 차례 정상회담으로 상대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닐까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지난 30년 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협상이 매번 실패한 것도 상호 불신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북한은 미-한 합동군사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으로 비난하면서, 미국이 자국의 체제 붕괴를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진행자)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이런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것 아니었나요?

기자) 네.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미-북 간 새로운 관계와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하면 관계 정상화 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틀과는 달리, 양측이 새로운 관계 수립과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해 비핵화를 이행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4개항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1항과 2항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강조하고, 비핵화는 3항에 담았습니다. 명목상이나마, 미-북 협상에서 비핵화가 최우선 순위로 규정되지 않은 매우 드문 사례였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주장해 온 핵무기 개발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겠다는 의미였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공동성명에 이어 북한이 강하게 비난해 온 한국군과의 합동군사훈련도 중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중단을 발표하면서 이 훈련이 “매우 도발적”이라고 밝혔는데요, 미국과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 우려가 컸지만,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양측이 여전히 상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못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동이 싱가포르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을 의심 어린 눈으로 관찰해 온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 성향의 관리들은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떨구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진행자)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억류 미국인 석방, 미군 유해 송환 등으로 비핵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 동시적’ 조치가 필요한데,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 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불신은 흔히 의혹을 초래하게 돼 있는데요. 종전 선언이 그런 사례가 아닐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종전 선언은 `비핵화의 초입’에서, 미국이 적대관계 청산의 의지를 보여줄 본보기라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종전 선언을 요구하는 배후에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부인했지만, 불신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미-북 양측이 이런 고질적인 상호 불신을 뛰어넘어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방안이 있을까요?

기자) 기본적으로 자주 만나 깊이 있는 논의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합의문 작성시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시한 등을 담아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런 점에서, 향후 협상에서 양측이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이행 순서 등을 자세히 규정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그나마 불신의 요인을 줄일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