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보] “중간 목표로 핵 동결 추진해야”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22일 VOA와 인터뷰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목표로 핵 동결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제안했습니다. 또 트럼프 정부 내에 북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합의, 미사일 협상 등에 직접 참여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2차 정상회담 전까지 실무회담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아인혼 특보)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문가 수준에서 잘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차 정상회담 전까지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거의 매일 접촉하길 바랍니다. 제가 백악관에 있다면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대화하길 원할 겁니다.

기자) 실무회담에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나요?

아인혼 특보) 양측은 특정한 개념을 논의해야 합니다.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핵심 결과물이 무엇인가? 여러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공동성명을 원한다면, 정상회담까지 기다리지 말고 초안을 작성해야 합니다. 양측은 정상회담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분명하게 세워야 합니다. 북한과 미국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정상회담에 올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능력을 억제하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길 원할 수도 있죠. 제가 협상에 임한다면, 협상의 전체적인 뼈대를 세울 것입니다. 내용이 길지 않더라도 핵심 문제들을 다뤄야 합니다. 양측이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밝혀야 합니다. 두 나라가 큰 들의 원칙들에 합의한 뒤에는 실무 당국자들이 끊임없이 만나 구체적인 요구 조건들로 바꿔야 합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론에서 구체적 내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몇 가지 조치들을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더 이상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영변 핵시설 폐기 가능성도 언급했고요. 이런 부분들에서 논의가 시작될까요?

아인혼 특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흥미로웠습니다. 더 이상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유용한 조치입니다. 부분적인 비핵화 조치이죠. 트럼프 정부는 초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성공 여부를 회의적으로 봅니다. 김정은이 진정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는지 여부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분적인 비핵화 조치에서 진전을 낼 수는 있다고 봅니다. 최종 목표가 아닌 중간 목표인데,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핵무기에 사용되는 핵분열 물질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기자) 어떤 중간 목표를 세울 수 있겠습니까?

아인혼 특보) 제가 생각하는 매우 중요한 중간 목표, 부분적 조치는 북한이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을 모두 신고하는 것입니다. 신고서를 받은 뒤에 미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과 대조해야 합니다. 북한 내 모든 지역에서 핵분열 물질 생산을 중단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첫 조치가 될 것입니다. 양측이 이런 합의를 맺을 수 있다면 유용할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당장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계적으로 이뤄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절차에 대한 합의를 맺으면 유용할 것입니다. 진행 과정에서 양측 모두가 혜택을 봐야 합니다.

기자) 북한에 대해서 어떤 상응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시나요?

아인혼 특보)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기 전에 제재 해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를 우회하는 방법은, 한국의 강경화 외무장관이 제안한 데로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인도주의적 조치, 유엔제재 예외 인정, 남북 협력 사업 승인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비핵화 조치 이후에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금지선을 넘지 않는 것이죠.

기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와야 2차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인혼 특보) 원칙에 대한 성명이 도출된다면, 특정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합의 사항에 대해 누구의 마음에도 의문이 남지 않아야 하죠. 이것은 전적으로 필수적입니다. 만일 일반적인 내용에 대한 모호한 성명이 나오면 심각한 실패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는 2차 정상회담을 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폼페오 장관과 비건 대표 등 참모들이 정상회담에 앞서 핵심 문제들을 해결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리길 바랍니다.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요.

기자) 폼페오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의 최우선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이 시점에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에 집중해야 할까요?

아인혼 특보) ICBM에만 국한하기 보다 북한이 미사일 비행시험 중단에 합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행거리 500km를 넘는 모든 미사일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조치가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기는 힘듭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 MTCR 카테고리 1에 해당되는 500kg 이상 탄두를 300km 이상 발사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북한에도 적용하는 것입니다. 북한 미사일을 폐기하고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북한은 사정거리 300km이상되는 미사일을 수백 개 만들어 전국에 숨겨놨습니다. ICBM은 아직 몇 개 안 될 것입니다. 미사일 통제에서 가장 큰 성과는 비행시험 중단 조치입니다. 매우 높은 신뢰도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자) 마지막으로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떤 점을 기억해야 할까요?

아인혼 특보) 북한에서 결정권자는 단 한 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정상을 상대하려는 직감은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와 실무진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북한의 최선희 부상 등은 권한이 크지 않고 제약될 것입니다. 정상간의 만남에서만 진정한 돌파구가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진의 준비는 절대적으로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 북한과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