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대북제재를 위반한 미국 기업에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북한산 재료가 사용된 인조 속눈썹을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한 혐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제의 회사는 미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엘프)’로, 156건에 달하는 미국의 대북제재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31일 이 회사가 명백한 위반 행위에 대한 잠재적 민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99만6천80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엘프 사가 중국 소재 2개의 납품업자로부터 인조 속눈썹을 156차례 수입했는데, 해당 제품에는 북한 공급업자들이 제공한 재료가 들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2012년 4월1일경부터 2017년 1월28일경까지 인조 속눈썹을 수입했으며, 물품의 총액은 442만7천19달러26센트에 달한다는 설명입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이 같은 명백한 위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엘프 사의 ‘해외자산통제실 규정 준수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구매하거나 수입한 제품에 대한 생산 공정, 원자재, 완제품의 품질 보증 여부를 검토하는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엘프 사의 규정 준수 프로그램과 공급자에 대한 감사를 통해서도, 2017년 1월까지 중국 소재 2개의 납품업자가 제공한 인조 속눈썹 80%에 북한산 재료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번 사안에 대한 민사상 벌금 액수는 최소 221만 달러에서 최대 4천83만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엘프 사가 자발적으로 위반 사항들을 공개했으며, 해당 위반 행위들은 중대하지 않은 사건(non-egregious case)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번 사안을 통해 3가지 위험 요소들을 발견했다면서, 미국의 자금이 북한 정권의 통제 아래 놓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과 엘프 사의 규모가 크고, 해외 무역을 통해 많은 양을 거래하는 상업적으로 복잡한 회사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아울러 대북제재 규정의 실효성에 위험이 큰 지역으로부터 제품을 조달하면서도 공급망에 대한 충분한 실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들었습니다.
다만 엘프 사가 조사를 통해 명백한 위반 행위로 밝혀진 이번 사안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 지난 5년 간 해외자산통제실로부터 벌금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 이번 위법 행위가 엘프 사의 사업 활동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조사에 협조했다는 점 등이 정상 참작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엘프 사는 추후 같은 위반 행위를 반복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새로운 납품 업자들이 미국의 수출통제와 무역 제재 규정을 준수한다는 내용에 서명을 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이 대북제재 위반 기업에 벌금을 부과한 건 지난 2015년 이후 약 3년5개월 만입니다.
앞서 2015년 8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해상보험 전문회사 ‘네비게이터스 보험’은 북한 선적의 선박들에 대한 24건의 선주책임 상호보험을 제공한 혐의로 27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