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하노이 핵 담판: 영변-금강산 주고받기?

  • 최원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가펠라 호텔에서 오찬 후 함께 걷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북 2차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들의 ‘눈 높이’를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 문제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단지 (핵 )실험을 원치 않을 뿐이며, 알다시피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I’m in no rush for speed. We just don’t want testing. The sanctions, as you know, remain. Everything is remaining.”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19일에도, 긴급한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 문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하면서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need denuclearization ultimately..I'm in no particular rush, the sanctions are on…”

‘핵실험만 안 하면 된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8개월 전인 지난해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언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딜(거래)을 할 것이다, 종전 선언이 나올 수 있다(지난해 6월1일)”고 말했습니다. 또 6월 5일에는 “뭔가 큰 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틀 뒤인 6월7일에는 “평생 준비를 해왔다, 정상회담을 할 모든 준비가 됐다”고 호언장담을 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He seems acknowledge that since Singapore summit…”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북 간에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둘러싸고 아직 커다란 간극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6일부터 2박3일 간 평양을 방문해 실무 협의를 한 뒤 10일 워싱턴으로 돌아왔습니다.

비건 대표는 11일이나 12일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평소 인터넷 트위터를 자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의 보고에 대해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면서, ‘서두르지 않는다’거나 ’궁극적인 비핵화’ 등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지난 18일,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합의와 관련된 세부 사안에서 아직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21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를 만나 실무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정상회담의 의제와 하노이 공동성명 초안, 그리고 북한 비핵화 방안과 상응 조치를 집중 논의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흐름을 볼 때 이 실무 협의에서 뭔가 통 큰 거래나 합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비건이 평양에서 김혁철을 만난 것은 협상이 아니라, 서로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했는데, 지금부터 본격적인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며칠 사이에 멀리 떨어진 입장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이렇게 보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담판이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놓고 어떻게 주고받기를 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두 가지 거래를 할 공산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언론이 작은 거래, 즉 ‘스몰 딜(Small Deal)’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동결 정도를 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설치를 허용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큰 거래, ‘빅 딜(Big Deal)’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말 그대로 미국과 북한이 통 큰 거래를 하는 겁니다. 이 경우 북한은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철저한 신고와 검증, 폐기를 수용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해 제재를 완화하는 겁니다.

관측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빅 딜, 통 큰 거래를 하려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했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정도로 저조한데다 연방정부 폐쇄 사태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내통 혐의 조사 등으로 정치적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2020년 재선에 빨간 불이 켜지는 것은 물론 언론과 의회로부터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닉시] "North Korean nuclear and long range missile capabilities.."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17일 “국내 정치에서 연패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의 경제적 고립을 끝내는 대가로 핵 포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 큰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경제 병진 정책 대신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는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하시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 경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래 최악의 상황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석유 수입이 안 되는데다 최대 외화벌이 수단인 광물 수출이 중단됐으며 외화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만일 핵 동결과 연락사무소 등을 맞바꾸는 선에서 정상회담이 끝난다면 제재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도 반드시 제재 완화를 받아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북 두 정상이 영변 핵 시설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맞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신고와 검증, 폐기를 수용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에 대해 제재 면제를 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박사입니다.

[녹취: 신범철] ”영변 핵 시설 만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주는 것은 좀 이르다, 다만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포함해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단계적 조치와 시간표가 합의되면 빅 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한국도 영변과 금강산 관광을 맞바꾸는 `빅 딜'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는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대가로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 경협에 대해 제재를 면제하라는 뜻이라고 문성묵 센터장은 말했습니다.

<ISSUE 225 WKC-ACT9>[녹취: 문성묵]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입장인데, 지금 제재에 꽉 막혀서 남북 경협 철도, 개성공단, 금강산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말을 미국이 원하면 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원하니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것이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와 영변 핵 시설 폐기와 남북 경협 허용에 합의하더라도 여전히 커다란 문제가 남게 됩니다. 영변 이외에 별도의 농축 우라늄 시설과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에 대한 신고, 검증과 사찰, 폐기, 평화협정, 제재 문제 등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습니다.

따라서 미-북은 정상회담 이후에 비핵화, 미-북 관계 개선, 평화협정 문제 등을 다룰 실무그룹을 구성할 것이라고 문성묵 센터장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6.12 공동성명에도 후속 회담을 한다고 했거든요, 이번에도 뭔가 미-북 관계 개선, 비핵화, 평화체제와 관련된 워킹그룹을 만들어 워킹그룹을 가동한다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북한과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란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ve made tremendous amount... that doesn’t mean this is going to be the last meeting, because I don’t believe it will.”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 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