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중단, 한국서 논쟁 가열

A toy doll is pictured near a damaged school following recent Russian shelling in the city of Slovyansk, in Donetsk region, Ukraine.

미군과 한국군의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의 종료를 놓고 한국 내에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비핵화 외교의 동력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란 지적과 연합방어태세를 약화시켜 안보를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3대 연례 연합군사훈련 가운데 키 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종료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계속 추동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겠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에 대한 상호 조치이자 훈련 비용 절감을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도 부합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소의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은 이런 배경 등을 설명하며 미-한 당국의 훈련 종료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전체적으로 보면 분위기 조성을 하고 북한을 비핵화시키기 위한 견인 장치로서 이런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1992년 남북관계 진전 때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고, 1차 북 핵 위기 해소 이후 이 훈련을 영구히 종료한 것처럼 비핵화 추동을 위해 시도할만한 조치란 겁니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과 정경두 한국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전화통화에서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키 리졸브는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군 증원 등을 컴퓨터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개하는 지휘소 연습으로 1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대신 ‘동맹’이란 이름으로 4일부터 일주일 간 소규모로 진행됩니다.

독수리 훈련은 전투병력이 투입되는 야외기동훈련으로 44년 만에 명칭을 없애고 대대급 이하에서 소규모로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훈련 종료 조치가 2차 미-북 정상회담 전에 결정됐다며 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했습니다.

신 신터장은 이런 조치는 당분간 시도할 필요가 있지만, 군의 대비태세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의 의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 비핵화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억제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6개월이면 6개월, 1년이면 1년이란 텀을 주고 다시 훈련을 확대할 수 있는 준비도 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올 하반기까지는 대화로 비핵화를 견인하는 게 좋겠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억제력을 다시 강화하며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많은 예비역 장성 등 군 출신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결렬돼도 회담은 다시 하면 되지만 안보는 준비 부족으로 뚫리면 끝이기 때문에 군의 본연 임무인 훈련을 협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연합훈련 종료는 “안보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희상 전 보좌관] “안보 자해지요. 미국도 잘 한 게 아닙니다. 훈련이란 평시 군인의 기본 임무입니다. 전시에는 전쟁을 하고 평시에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연합훈련은 동맹군의 평시 임무입니다. 그래서 연합훈련을 계속 안 하고 넘어가면 동맹군의 질적 수준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점차 동맹 와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훈련은 유사시 도발하려는 가상의 적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그 자체가 중요한 억제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데, 협상 때문에 억제력을 낮추면 상대가 오히려 우습게 보고 무모한 행동까지 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전 보좌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결단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것 등을 지적하며, 오히려 훈련의 강화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상 전 보좌관] “실제로 김정은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핵을 폐기하겠다고 바로 말한 적이 없습니다. 김정은은 거짓말을 한번도 안 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 오히려 키 리졸브를 더 강화하고 더 세게 나갔다면 아 이거 전부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겁을 내게 되겠지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고 회담 결렬 뒤에도 북한 정권이 비난을 삼가는 것은 최대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만큼, 이런 전략을 일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 출신 전문가들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은 키 리졸브와 독수리, 을지 프리덤가디언(UFG) 등 3대 연합훈련 말고도 상륙훈련인 쌍용훈련, 연합공군기동훈련인 맥스 선더, 공군기들이 대거 참가하는 비질런트 에이스 등이 모두 축소나 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이런 우려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훈련 종료에도 연합방어태세에는 이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저희는 새로이 마련된 연합지휘소연습과 조정된 야외기동훈련 방식을 통해서 실질적 연합방위태세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 대변인은 훈련 기간이 줄어도 그 시간에 하는 훈련이나 연습에 대한 부분은 전혀 이상이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형욱 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대대급에서 원래 나눠서 했던 훈련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게 독수리 훈련이라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준비태세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연구위원] “바구니를 없애고 하던 훈련은 연중으로 고루 분산시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훈련은 지속하는 것이죠.”

대규모 훈련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낮추고 훈련을 덜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종료한 것이지 실질적인 전투기술 연마는 차질없이 갈 것이란 겁니다.

부 위원은 또 지휘소 훈련인 키 리졸브는 미국과 한국이 각각 떨어져서 해도 큰 무리가 없다며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의 종료가 안보 위기를 야기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열수 실장은 과거 없어졌던 팀스피리트 훈련이 북한의 도발 재개로 다른 이름으로 훈련이 확대됐던 것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 언제든 다른 이름으로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사 분야에서 보면 훈련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정치·외교 분야에서 해결하려면 감내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외교적 노력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을지 프리덤가디언(UFG) 등 다른 훈련의 축소나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4일 두 훈련의 폐지에 대해 찬반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남북한의 9·19 `평양 공동선언'으로 군의 정찰 능력과 대응태세에 큰 구멍이 났다며, 연합훈련까지 중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식 대변인은 훈련 종료가 지속적인 미-북 간 대화를 촉진하는 하나의 필요조건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