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북 제재 최소한 현 수준 유지해야…남북 경협 추진, 미국 지지 못 받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 결렬 뒤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남북 경협 등을 내세우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미국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1990년대 초 미-북 간 ‘제네바 합의’에 참여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현 시점에서 제재를 완화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VOA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대북 제재는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만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We know that the sanctions we have on bite. We don’t need to entice with carrots and reduce sanctions for the North.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현행 제재가 북한의 아픈 곳을 찌른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굳이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북한에 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보는 최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토론회에서 하노이 회담의 가장 큰 패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지적하면서 남북 경협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 특보] He will press for some additional flexibility. Whether he will succeed in achieving greater US flexibility is to be seen.

남북 경협을 추진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이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하겠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현행 대북 제재를 강화하거나 약화하기 보다는 대화 동력을 찾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미외교협회 선임연구원] It’s not helping the cause either for SK to hint at sanctions relaxation or for US to threaten additional sanctions at this time.

한국 정부가 제재 완화를 암시하는 것이나, 미국이 제재 강화를 위협하는 것 모두 목표 달성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재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보다 실무급에서 대화를 계속 이어가 비핵화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앞서 대북 제재의 양대 축인 미국 정부와 유엔에서는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동 변화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녹취: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They are not gonna get relief from the crushing economic sanctions that had been imposed on them. And we’ll look at ramping up those sanctions, in fact.

북한이 비핵화 하지 않는 한 경제를 압박하는 제재로부터 완화를 얻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미국은 제재 강화를 검토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캐런 피어스 유엔주재 영국대사 역시 6일 기자들을 만나, 지금까지 대북 대화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더 강력한 제재가 확실한 가설적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