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 의회에서는 추가 대북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부과 속도가 현저히 둔화됐다며 최대 압박과 관여를 협상 국면에도 적용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추가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초당적입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 주로 민주당 측에서 제기됐던 주장이지만, 북한이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에는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행정부에 추가 제재 부과를 적극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지난 18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대북제재 부과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행 대북제재의 강력한 집행을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의원들은 특히 지난 5일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제재 위반의 지속성을 거론하며 “이런 현 상황은 용납될 수 없고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2017년 3월 31일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 대상에 올린 개인과 기관은 총 182건에 달했지만, 2018년 2월 23일 이후에는 단 26건에 불과했다는 워싱턴의 민간단체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조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외교 지속을 환영하지만, 유엔이 제시한 증거와 현저하게 둔화된 미국의 제재 부과 속도는 미 당국의 제재 집행 노력에 대한 시정과 보다 긴급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원의원들은 보다 구체적인 추가 제재 대상을 제시했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은 지난 15일 VOA에 “(아태소위 공화당 측 간사인) 테드 요호 의원과 함께 거듭 밝혀왔듯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도록 만들기 위해 중국 대형 은행들에 대한 제재 부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의 대화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위협” 발언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강화하는 합의에 북한이 동의하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또 한번 강조됐다”는 설명입니다.
요호 의원은 18일 VOA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특히 북한 돈세탁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에 대북제재를 적용할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셔먼 의원과 요호 의원이 중국 대형 은행에 대한 제재 적용을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요호 의원은 아태소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 VOA와의 인터뷰에서, 하원 외교위원들이 중국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에 대한 제재 부과를 재무부에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초에는 홍콩을 방문해 북한 돈세탁에 연루된 140여 개 홍콩 유령회사에 대한 단속을 촉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행위에 대한 추가 제재도 의회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과 가드너 의원은 지난 8일 폼페오 장관과 므누신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정권과 연루된 해커들이 최근 미국과 유럽 회사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다는 보도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연루자를 파악해 제재 대상에 올릴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이버 공격이 하노이 회담 개최 시기와 맞물려 발생했는지 파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두 의원은 이 외에도 선박 간 불법 환적과 불법 금융 거래, 인권 유린 등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알려진 사례들을 계속 주시할 것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제재 강화 법안 마련 움직임도 초당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종료 5일 만인 지난 5일 발의된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한 법안’이 대표적입니다.
상원 은행위원인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의원과 팻 투미 공화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초당적 법안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금융제재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브링크 액트’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은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차단에 초점을 맞춘 조치들을 담고 있으며, 2017년 중순 상원에서 처음 발의됐었습니다.
브링크 액트에 이어 재상정을 앞두고 있는 또 다른 대북제재 강화 법안은 ‘리드 액트’입니다.
역시 북한과 거래하는 제 3국의 개인과 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화하는 조치를 담고 있으나 유류 거래와 같은 대북 금수조치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가드너 의원은 최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포럼 기조 연설에서 리드 액트를 “가까운 미래에 재상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