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인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인권 상황도 개선됐다고 오해"

تجمع ایرانیان در شهر واشنگتن با حضور شاهزاده رضا پهلوی - شنبه ۲ مهر

많은 한국 국민이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 사회통합에 대비해 북한 내 인권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개선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21일 발표한 ‘2018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최근 한국인들의 인식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국제사회와 대북인권단체들은 북한 내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한국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호전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지난해 갑자기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말 전문기관을 통해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이 38.3%에 달해, 전년 조사 때 기록한 5.3%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65.1%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전년의 16.7%보다 거의 4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너무 암울해 외부의 압박과 책임 추궁 없이는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국제사회의 시각과 크게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이 단체의 윤여상 소장은 ‘VOA’에 이런 결과는 지난해 있었던 남북, 미-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착시 현상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이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녹취: 윤여상 소장]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미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을 맞이하니까 실제 북한인권 상황은 전혀 변함이 없는데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인권 상황이 개선이 되는 것처럼, 또 쉽게 개선될 수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지금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8일 제3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긍정적인 한반도 정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도 14일 북한 정권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유린에 개선이 없다며 북한인권 결의안을 이사회에 제출했고, 미 국무부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세계 최악 가운데 하나인 북한의 인권 상황에 어떤 진전도 볼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윤 소장은 한국 국민이 북한인권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김정은의 정상국가화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는 게 국내 언론에 계속 노출되고 또 그런 부분에 한국 정부도 화답하고 있고, 그래서 아마 북한이 정상국가로 일반 국민에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상국가라면 당연히 인권 문제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오해하는 게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많은 한국인이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보다 남북관계와 북한 정권의 유화적인 모습 여부, 언론보도 내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도 이유로 지적됐습니다.

한국 내 인권단체들과 탈북민단체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북한인권 개선 운동은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정훈 전 외교부 북한인권협력대사입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인권 개선과 관련된 정부의 지원, 정보 활동, 또 정부와 시민단체들과의 교류협력도 상당히 사실상 거의 없는 거죠.”

게다가 북한인권법 제정 3주년을 맞았지만, 재단 설립 등 핵심 사업들은 전혀 진전이 없고 탈북민 단체들은 지원이 거의 끊겨 활동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경비대 출신인 안명철 NK 워치 대표입니다.

[녹취:안명철 대표] “남북관계 이렇다 보니 기존에 저희는 후원금으로 많이 운영해 왔는데요. 개인적으로나 교회라든지 이런 민간 후원금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재정적으로 많이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정부는 물론 언론도 인권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고, 여론도 잠잠하다 보니 후원과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주 발표한 2018 국가별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동맹국의 이런 상황을 자세히 나열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와 접촉에 나서면서 탈북민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북한 (정권) 비난을 줄이라는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보고했고, 20년 간 지속된 탈북자동지회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북한에 외부정보 전단을 보내는 단체들의 노력을 막았다는 겁니다.

또 2016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의무화한 정부의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느려지고 있고 북한인권협력대사도 1년 넘게 공석이란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정훈 전 대사는 미국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렇게 정부의 방침에 따라 모든 게 사실상 정지되는 상황은 올바른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국무성에서 진행하는 보고서, 미국은 또 의회에서도 굉장히 온갖 대북 제재와 인권 문제, 웜비어 결의안도 있고, 여러 정부와 의회를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도적으로 다루고 지적하는 채널들이 열려 있잖아요. 특사가 없더라도 이 일이 올스톱이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한국 정부는 그러나 인권에 관해 북한 주민들의 권리보다 삶의 질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2019 업무계획에서 “북한 주민 삶의 질 개선 등 실질적 인권 증진과, 정부·민간·국제사회 간 북한인권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특히 ‘VOA’에 미 국무부가 지적한 대북 비난 보류 요청과 탈북단체 활동 압박 부분에 대해 정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탈북민과 탈북단체의 활동,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탈북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은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예산 지원 절차 등을 고려해 조정한 경우가 있다”며 “탈북단체를 비롯한 탈북민 지원 민간단체 등에 대한 사업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내년(2019)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비로 8억 7천 400만원, 미화로 77만 달러, 북한인권기록센터 운용비로 13억 9천 200만원, 미화로 123만 달러를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VOA’에 단체당 1~2천만원의 최소한 지원을 하고 있고 북한 정권을 비난하거나 문제를 공론화하는 사업 등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 등 규제가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임순희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 하면서도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향후 남북통합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임순희 전 위원] “북한인권 문제는 남북 사회통합에 있어서 상당히 큰 중요성과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물리적 통합을 한 이후에 남북한 주민들 간 사회 통합을 해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북한인권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회통합에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그 북한인권을 개선해서 남북 사회통합을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훈 전 대사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계속 인권을 무시하면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북한과 지원과 교류 사업을 하면서 얼마든지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가 협력하겠지만, 당신들도 이런 부분은 개선하라고 지적하는 게 마땅한데, 그런 부분이 거의 전무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유엔이나 미 보고서가 나온 것도 객관적인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볼 때 너무 일방적이다 해서 그런 보고서까지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자각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라종일 전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 정부가 민족 개념에 앞서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라종일 전 보좌관] “북한하고 김정은 정권, 김 씨 정권하고는 늘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미국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북한과 3대째 집권하고 있는 정권을 동일시해요. 그렇지 않아요.”

라 전 보좌관은 근대국가에서 민족은 혈통이나 문화, 언어보다 헌법 질서로 정의하고 있다며, 북한처럼 ‘우리민족’ 개념이 아닌 한국의 기반인 헌법 가치로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간의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들 사이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심층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VOA’에 인권과 관련한 대북 압박은 실효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북한이 정상국가로 발전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게 인권을 개선하고 증진하는 실효적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