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주, 이슬람 사원 2곳에 대한 무차별 총격으로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뉴질랜드에서 반자동 소총 등 대량살상이 가능한 총기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모나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순방 일정에 들어갔고요. 태국에서 오는 주말 총선을 치르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뉴질랜드가 강력한 총기규제법을 시행하기로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음 달부터 뉴질랜드에서 모든 반자동 소총 판매가 금지될 예정입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뉴질랜드의 새로운 총기규제법을 발표했는데요. 아던 총리는 지난주 발생한 총격 사건이 뉴질랜드의 총기법을 바꾸게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난주 발생한 총격사건,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남섬 최대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백인우월주의자인 총격범이 금요기도회에 모인 신자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입니다. 총격범은 특히 범행 과정을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중계해 사람들을 더 큰 충격에 빠지게 했는데요. 총격범은 호주국적자로, 뉴질랜드에서 5정의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뉴질랜드 총기법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됐습니다.
진행자) 뉴질랜드 정부가 굉장히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건 발생 엿새 만에 나온 조치인데요.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월 15일로 우리의 역사는 영원히 변했다. 이제 우리의 법도 그럴 것이다. 뉴질랜드 국민을 위해 뉴질랜드의 총기법을 더욱 강화해서 뉴질랜드를 더 안전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선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새로운 총기규제법, 어떻게 더 강화됐습니까?
기자) 지난주 총격 사건에 사용됐던 것과 같은 모든 반자동 소총의 판매가 금지됩니다. 또 군대식 반자동 소총과 돌격용 자동소총, 소총의 발사 속도를 높여 자동소총처럼 만들어주는 '범프스탁' 등 유사 장치, 대용량 탄창 등의 판매도 전면 금지되는데요. 아던 총리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새 총기규제법은 다음 달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미 팔려나간 총기들도 많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뉴질랜드 국민 약 460만 명 중, 총기를 소지한 사람은 120만 명에서 15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4명당 1명꼴로 총기를 갖고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총기 등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수치도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진행자) 새 법은 앞으로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건데, 그럼 이렇게 벌써 팔린 것들은 어떻게 합니까?
기자) 뉴질랜드 정부는 '바이백(buy-back) '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바이백'은 일반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총기를 정부가 사들이는 프로그램인데요. 아던 총리는 이를 위한 경비가 약 1억4천만 달러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던 총리는 또 새 총기규제법이 시행되기 전에, 총기를 구매하려는 시도도 임시조치를 통해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뉴질랜드의 현행 총기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현재 뉴질랜드 총기법은 16살이 되면 누구나 권총을 소지하기 위한 총기 자격증을 딸 수 있습니다. 그리고 18살이 되면 대량 살상에 이용될 수 있는 반자동소총을 구매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구입한 총기를 당국에 등록할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이번에 이런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뉴질랜드 총기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진행자) 총격범이 호주인인데 뉴질랜드에서 총기를 산 건, 아무래도 뉴질랜드에서는 손쉽게 총기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군요.
기자) 그럴 정황이 높습니다. 호주는 지난 1996년 3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총격사건이 발생한 후 반자동소총 판매를 금지하고, '바이백'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강력한 총기 규제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을까요?
기자) 총격 사건 후 일반 시민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총기를 반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협조적인 분위기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최대 총기 판매업체 가운데 하나인 '헌팅&피싱 뉴질랜드(Hunting & Fishing New Zealand)'도 정부의 총기 강화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또, 저신다 아던 총리는 가축을 기르고 병충해를 막는 등 총기 사용을 필요로 하는 농장주들에 한해 엄격한 규제 아래 예외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총격 사건으로 저신다 아던 총리의 지도력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38세의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 역사상 최연소 여성 총리인데요. 사건 발생 후 신속하게 총기법 강화에 나서는 등 과감한 결단과 지도력으로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 충격에 빠져 있는 이슬람 사회를 위로하며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아던 총리는 특히, 총격범이 원하는 건 세상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면서 그는 단지 테러주의자, 극단주의자, 범죄자라면서 절대 테러범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고 말해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순방길에 올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이탈리아와 모나코, 프랑스 3개국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입니다.
진행자) 첫 방문국이 이탈리아군요.
기자) 네, 시진핑 주석은 22일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가는데요. 22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정치인들과 만날 예정이고요. 23일에는 시칠리아섬 주도인 팔레르모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국가원수가 이탈리아를 국빈방문하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왜 올해 첫 해외 순방국으로 이탈리아를 선택했을까요?
기자)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요 매체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이달 초, 주요 7개국(G7)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하기로 했는데요. 제노바, 팔레르모, 트리에스테, 라벤나 등 4개의 항구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허용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시진핑 주석이 이탈리아를 가장 먼저 선택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대규모 사절단이 수행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왕이 외교부장과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정계 인사들을 비롯해, 경제계 인사 500명이 공식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 사업을 펼치고, 철도와 도로, 교량, 에너지와 통신 분야 등 30개가 넘는 협력사업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양국 관계의 중요성도 매우 강조하고 나섰군요.
기자) 네, 시진핑 주석은 이탈리아 방문에 앞서 현지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이탈리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이탈리아는 고대 문명을 대표하는 나라로서, 고대 실크로드는 양국을 긴밀히 연결했고, 동서양 문명교류의 본보기가 됐다며 양국의 역사적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탈리아 내부에서 일대일로 협력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요.
기자) 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중국의 식민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을 이끌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런 연정 내부의 분열이 이탈리아의 대중국 기조에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주세페 콘테 총리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콘테 총리는 중국의 투자를 받는데 있어 상업적으로 투명성을 지킬 것이며,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력이, 유럽-대서양 안보와 협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될 항구들을 공략하고 있다며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내어준 항구들이 장기적으로 상업적 목적을 넘어 군사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태국에서 총선을 치르는군요?
기자) 네. 오는 24일 일요일, 태국 전역에서 국회의원 총선거가 진행됩니다. 태국은 입헌군주국이고 의원내각제라, 다수당이 바뀌면 정권이 교체되는데요. 2011년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총선이어서, 참여 열기가 높습니다. 선거운동도 활발한데요. 거리마다 후보들이 내놓은 현수막이 외신 화면에 집중 보도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권이 교체될 수 있는 선거인데, 현재 태국 정부는 누가 이끌고 있나요?
기자)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내각 수반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이던 지난 2014년 5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는데요. 국가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정치 활동을 엄격히 통제했습니다. 그래서 군사정부가 야당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비난이 국·내외에서 높았는데요. 지난해 단계적으로 정치 활동을 허용하고,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 일정까지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를 통해 군사정부를 마감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군사정부가 연장될 수 있는데요. 프라윳 총리가, 군부지지 정당과 함께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라윳 총리는 자신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군정이 연장되는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프라윳 총리에 맞서는 정파는 어떤 쪽인가요?
기자)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이 야권의 중심입니다.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총리도 쿠데타로 물러났는데요. 이들 남매는 현재 망명중입니다. 그래서 태국에 남아있는 탁신 전 총리 지지 정파가, 프라윳 총리에 맞설 후보 추대에 고심했는데요. 여러 곡절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야당에서 총리 후보를 세우는 데 어떤 곡절이 있었나요?
기자) 군사정부가 정치 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에, 야당 지도자들이 대중에 알려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왕족 출신을 총리 후보로 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누나인, 우본랏타나 라차깐야 공주가 친 탁신계 정당의 총리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국왕이 나서서 입후보를 불허했고요, 해당 정당은 해산됐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프라윳 현 총리에 유리한 국면이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프라윳 총리가 연임할 것을 의심하는 시각은 많지 않은데요. 유력한 야당 후보도 없고, 의회를 구성하는 방식이 현 정부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의회 구성 방식이 어떤가요?
기자) 하원 500석 가운데 350석을 직접 선거로 뽑습니다. 나머지 150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고요. 상원은 250석 전체를 군부가 지명합니다.
진행자)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거를 하지만, 군부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프라윳 총리와 집권당이 선거 이후에도 세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하원 500석에 상원 250석을 더해서, 상· 하원 합동회의 정원이 750석입니다. 과반을 차지하려면 376석이 필요한데요. 군부 지지세력이 이미 상원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프라윳 총리 측은 126석만 얻으면 정권을 지킬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외부에선 이번 선거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기자) 태국 역사에 거듭된 쿠데타로 정치 불안이 이어졌기 때문에, 이번 선거로 단번에 안정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태국의 정치적 긴장이 해소될 것 같진 않다”고 미 외교협회(CFR)가 짚었는데요. 오히려 “정치 전반의 불안정이 계속되고, 그 불안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