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인 10명 중 6명 주한미군 신뢰"

지난 23일 한국 서울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국인 10명 중 6명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하고 주한미군의 역할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세 이상과 40대 이하 젊은 남성일수록 주한미군의 역할을 더 신뢰했고 30~40대 여성은 미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외교협회(CFR)가 한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조사해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두 단체는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5%가 주한미군을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63.1%는 주한미군이 현재 규모로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답했고 67.3%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했으며, 60.3%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관계가 크게 완화됐음에도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는 여전히 높다는 게 이번 조사의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김 위원] “(한반도) 상황이 많이 바꼈는데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높다는 것, 그리고 동맹에 대한 인식도 되게 견고하다는 것.”

주한미군 신뢰도는 특히 보수와 중도, 진보 등 모든 이념 성향에서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고 보수층이 81.3%로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 남성들의 주한미군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었습니다.

20대 남성은 72.9%, 30대 남성은 78.4%가 주한미군을 신뢰했고, 60세 이상 남성은72.5%가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이유를 지적합니다. 일부는 북한 정권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군대에서 경험한 젊은 남성들일수록 국가안보를 중시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역할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이 단체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한국에서 20~30대는 실용주의, 40~50대는 이념 성향이 짙기 때문에 주한미군 신뢰도에 대한 차이는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40~50대는 소위 이념화 세대입니다. 그때 대학가에서 반미 운동도 많이 있었고 그 여파가 그 뒤에 전교조 운동 등으로 40대까지 이어져요. 그래서 40~50대가 이념스펙트럼에서 가장 반미 성향이 높은 세대입니다. 오히려 30~20대로 내려오면서 그 때 활동하던 사람이 시니어가 되면서 그런 교육이 퇴색되고 이념 성향에서 자유로운 30대, 20대 입니다. 실용적인 세대이고.”

60대 이상은 전통적으로 미-한 동맹을 중시하는 친미 성향이기 때문에 비율이 높고 중간의 40~50대가 주한미군에 가장 박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겁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런 이념적 차이와 북한 정권의 위협 감소에도 불구하고 60% 이상이 주한미군을 신뢰하는 것은 주한미군이 ‘심리적 안정 제공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주한미군이 여전히 군사적 긴장 해소와 신뢰구축 과정에서 한국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방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한국인들에게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여러 주둔 기지 문제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이전으로 해소됐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것도 긍정적 요소로 평가됐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성과 연령을 통틀어 40대 여성들 사이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게 나타나 관심을 끌었습니다.

40대 여성 중 주한미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8%로 과반을 넘었고, 30대 여성도 47.2%만 주한미군을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제임스 김 위원은 사회적 이슈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이란 여러 조사 결과가 주한미군에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김 위원]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약간 더 진보적이에요. 그래서 이념 성향 자체가 여기에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원의 김지윤 박사가 이전에 했던 연구에서는 여성 20~30대가 남성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념 성향의 차이점이 아닌가.”

출산, 보육, 교육, 기회 균등, 낙태, 동성결혼 등 한국 내 사회적 쟁점들에 대해 20~30대 여성은 보다 진보적, 남성은 보수적 성향을 더 갖는 흐름이 주한미군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수 십 가지 정책과 사회적 사안마다 개인별 견해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보다 지지 이념에 따라 집단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념이 같으면 무조건 따라가는 경향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합니다.

김 위원은 이런 현상은 북한 정권의 위협과는 별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김 위원] “북한이 도발했을 당시 (여론조사에서)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여성들이 훨씬 위협 인식이 더 높아요. 북한 정권의 도발에 대해 훨씬 더 겁을 많이 내고 더 걱정을 많이해요. 남성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가치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는 거죠. 전적으로 이 두가지 문제가 꼭 연관돼 있지만은 않다는 거죠.”

한편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높았지만, 지난 5년과 비교하면 지지율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2013년~2017년까지는 8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작년에는 76.3%, 올해는 67.7%로 낮아졌습니다. 특히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43.5%로 과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예정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이 39.6%, 전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31.5%, 전환 계획을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응답은 10.5%에 달했습니다.

전작권이 예정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자들은 한국의 주권, 한-미 동맹 의존도 줄이기, 자주국방 능력 강화 등을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반면 시기를 연기하거나 폐기를 지지한 응답자들은 한국군이 자주국방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해서, 또는 북한 정권의 안보 위협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제임스 김 위원은 이번 조사가 1월에 실시됐기 때문에 지난 2월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고 앞으로 있을 추가 협상에 따라 주한미군에 대한 평가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등 여러 위험요인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한국 내 여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미 동맹을 통해 얻는 혜택을 명확히 이해하면서 동맹 문제를 다뤄야 하고, 통일 등 정세 변화를 고려한 동맹의 비전을 양국이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