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한 정상, 비핵화 전략 일환으로 로드맵 논의 전망

  • 윤국한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내일(11일)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일정표) 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전략의 일환으로 로드맵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우선, 비핵화 로드맵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요?

기자) 비핵화를 완료하기까지의 일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드맵에는 미국과 북한이 각각 취해야 할 조치들의 전체 목록을 담고, 이들 조치들의 조합과 실행 시한을 정하게 됩니다. 자연히 미-북 비핵화 협상이 완료되는 시점도 분명해집니다. 그러니까, 로드맵은 여행자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지도’ 역할을 하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로드맵에 대해서도 논의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한국이 비핵화의 최종 상태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비핵화 로드맵이라면 미국과 북한이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사안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비핵화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미-북 양측이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로드맵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협상은 북한이 특정 비핵화 조치를 제시하면 미국이 상응 조치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말하자면, 설계도가 없이 집을 짓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왜 로드맵에 대해 논의하는 건가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드맵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내용으로는 합의에 이를 수 없습니다. 결국 주고받기식 협상이 불가피하게 되는데요, 북한의 특정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이 어떤 상응 조치를 제공할지 미국과 한국이 사전에 논의하자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이 강조하는 일괄타결식 `빅 딜’과는 배치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빅 딜’ 방식의 일괄타결에 대한 미국의 구상은 아직 자세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절충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북 양측이 일괄타결에 합의해도 그 이행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대신 한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까지의 단계를 최대한 줄인 중재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방식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조기 수확’이 가능합니다.

진행자) 미국이 한국 정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일까요?

기자) 알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로드맵 외에도 조속한 미-북 3차 정상회담, 대북 제재 문제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톱 다운’ 식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로드맵을 포함한 중재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로드맵 작성에 동의할까요?

기자) 북한의 관심사는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입니다. 따라서 내용이 문제일 뿐, 로드맵 자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로드맵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의 조합을 담은 일정표인 만큼 관련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일단 합의에 이르면 최종 목적지로 가는 여정이 한결 원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모든 핵무기와 핵 물질의 미국 인도,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와 사찰, 핵 관련 모든 활동 중지, 모든 핵 인프라 제거, 핵 과학자와 기술자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 등입니다. 미국은 이에 상응해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게 미-북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내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